[사설]세계교육포럼에 대한 단상(斷想)
[사설]세계교육포럼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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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육포럼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의 공식일정으로 인천 송도에서 개최됐다. 교육과 관련된 국제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데다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터라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학계, 대학가가 모두 분주했다. 참석자들도 각 국의 교육관련 장차관급이고 그 외 반기문 UN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세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우리 대통령도 개회식에 직접 나와 축사를 했다.

포럼의 슬로건은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였다. 포럼은 주로 초중등교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학진학이 필수처럼 여겨지는 우리나 대학교육이 중요하지 해외에선 대학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이라기 보단 선택교육이다. 개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정부 지원으로 학비가 대부분 보조가 되는 유럽 등지에서 더욱 더 그렇다.

이번 포럼에서는 그런 이유로 대학교육은 주요 이슈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대학가가 세계 주요 교육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대학교육에 대해서 알리는 기회를 갖겠다는 의지는 남달랐다. 한국의 고등교육을 알리기 위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들이 홍보 부스를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규모나 정부가 준비한 정성에 비해 우리 한국고등교육을 세계 교육전문가들에게 알리고 각인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럼 기간 중 “개인과 국가발전을 위한 역동적 교육: 한국의 사례”라는 전체회의가 열렸다. 전체 회의에서 발표를 맡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한국형 교육 모델의 성공이유를 설명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를 좌장으로 키스한센 세계은행 부총재,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지영석 엘스비어 회장 등 국내외의 다양한 토론자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한국 고등교육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였고 주제발표 후 한 토론자가 이를 강조하자 한 청중이 한국교육의 이면에는 부모들의 희생과 청년들의 고통이 수반된 것이라고 발언해 회의장을 긴장시켰다. 급기야 회의 진행자는 이 청중이 발언하는 도중 마이크를 꺼 버렸고, 그의 얘기를 경청하는 해외 참석자들은 마이크 없이 계속된 그의 발언을 더욱 더 경청하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청중은 이왕에 한국 교육의 발전 경험과 미래교육을 논하는 자리라면 우리교육의 놀라운 발전상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도 드러내 놓고 같이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 첫날 행사 전 행사장 밖에선 시위가 있었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이끌려 모든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해야 한다며 정부주도 구조조정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시위의 골자였다.

정부주도 대학 구조조정의 문제는 대학가, 전체 구성원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과도한 사교육비로 가정경제는 부담이 늘고 맞벌이 부부들이 교육비 부담 때문에 자녀 갖기를 꺼려해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의 교육열로 자발적으로 대학을 보내고 그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한국교육의 성과를 논하지만 사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학을 보내고 학부모와 학생 당사자는 학비부담에 멍이 들고 있다. 막상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이태백’이 사상 최대인데도 한국 고등교육의 우수성을 세계 교육전문가들에게 전파하겠다니 국내 교육전문가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쉽게 납득이 가겠는가.

국제행사에서 우리의 발전상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양적 확대 중심의 우리 교육 발전의 한계는 분명히 문제점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기이할 정도의 뜨거운 교육열과 높은 대학 진학률,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강한 욕구는 과도한 사교육을 불러 일으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풀어내려는 노력을 적극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경험을 나누며 정보와 조언을 얻는 자리가 어쩌면 이러한 행사의 가장 큰 의미가 될지 모른다.

이 같은 세계적 행사를 치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남는’ 장사였나. 만약 우리가 그 해법을 찾는 열쇠를 발견하는 기회가 마련됐더라면 분명 남는 장사였을텐데. 아쉬움이 남는 세계교육포럼이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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