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본지 논설위원/ 충남대 교수)

우연한 기회를 통해 국제자원활동에 관심을 두게 됐고, 관련된 연구로 인해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 2개월 정도 체류한 적이 있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게 됐다. 일부는 서양의 대학생들이었는데, 그들은 1~2개월 정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자원활동에 참여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한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기업화되어 가고 있는 대학들에 입학해 다양한 경험보다는 취업 준비에 찌들어 있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원활동은 자원봉사와 차별성을 가지려고 활동가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활동지의 재원을 끌어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봉사의 본질적인 의미이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원활동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활동을 타국에 가서 하면 국제자원활동이 된다. 사실 한국의 대학사회에서도 국제자원활동은 매우 보편적인 활동으로 되고 있다. 취업을 위한 자격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 항목 중 취업률과 국제화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대학들도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이를 주도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단기간 국제자원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며 졸업을 위해서 이수해야 하는 시간을 교육과정에 정해 두기도 한다. 한국 대학생들의 국제자원활동 참여는 결국 자본과 기업의 가치에 의존한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되고 만다. 이는 자원활동이 가진 의미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시절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국제자원활동은 교육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자원활동의 모든 것은 관계 형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교육의 목적과 매우 닮았다. 우리가 교육하고 받는 이유 중 하나를 상호관계를 원활하게 맺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서로 간에 유사성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자원활동은 개인, 단체, 기관들과 어떤 관계를 조성해 가는지에 따라 그 특성이 결정된다. 그리고 소통이 원활히 되는 관계가 형성되면 국제자원활동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학자들은 전환학습이라고 하기도 하며, 상호소통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학습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 국제자원활동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한국 대학생들은 현실적으로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나눔과 배려는 사치일 뿐이다. 경쟁을 거부하는 대학생은 주변으로부터 낯선 시선을 받는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는 사실 이 사회를 벗어나야 가능하고 국제자원활동이 바로 이를 대신해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자원활동은 대학에서 운영하기에 부담되는 중요한 교육과정을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기에 적합하다. 이는 개념적으로 영(null) 교육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은 지식을 전수하고 이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실천을 담보로 하고 있다. 국제자원활동은 특히 실천을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여기고 있고 실천적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실천을 통해 대학생 활동가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이를 통해 결국 대학생들은 배려와 나눔의 실천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국제자원활동은 실천적 교육을 담은 이 시대의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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