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관심… 학생 적응 도울 정책배려 부족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김재환 학생기자] 북한이탈주민 출신 학생들이 꾸준히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대학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말 입국자 기준 북한이탈주민은 전체 2만7250명에 달한다. 이 중 10~29세 까지 학령기에 속하는 이들은 1만943명으로 전체의 40.1%에 이른다. 또한 북한에서 나올 당시 대학 바로 전 단계인 중학교 교육을 수료한 이들도 1만9092명으로 70%에 육박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도 대학 학력을 취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교육연구센터 2012년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탈청소년 97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 학력을 취득하고 싶다는 응답이 69%였다.

대학 입학에서의 배려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고등학교 졸업 혹은 그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5년 이내에 대학에 입학 또는 편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대학들은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의 입학을 배려하기 위해 1997년부터 ‘탈북학생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국공립대에 입학 또는 편입학한 경우 입학금과 등록금도 면제된다. 사립대는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각 대학마다 나머지 절반의 등록금을 장학금의 형식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2011~2013학년도 대학별 탈북학생 입학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전국 79개 대학이 뽑은 북한이탈주민 학생은 모두 559명이다. 한국외대가 32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천대도 17명, 서강대 가 12명 등 일부 대학은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뽑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중도탈락율은 높은 편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연구보고서 ‘탈북대학생 중도탈락 원인 및 대안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상반기 재적중인 탈북대학생 1147명 중 휴학생이 190명(16.6%), 제적생이 47명(4.1%)으로 전체 대비 약 20%가 휴학 중이거나 제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는 학습의 어려움이 꼽힌다. 자퇴나 제적 또는 휴학 경험이 있는 학생 49명을 대상으로 중도탈락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영어공부를 하고 오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32.7%로 가장 많았다.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없다고 대답한 학생도 12.2%에 달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들도 중국어나 러시아어에 더 익숙하다.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학습체계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 곧바로 고등교육과정인 대학교로 입학했을 때 적응이 쉽지 않다. 또한 25세 이상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은 북한에서의 교육 이수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른 뒤라 학업 적응이 더딘 경우도 발생한다. 20~25세의 북한이탈주민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대안학교에 진학하게 되므로 대학 입학 전 충분한 예비 교육과정을 밟기 어렵다.

ICT기반 대학교육 체제에서 이들은 대학생활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많은 학생들의 경우 컴퓨터로 과제를 수행하거나 학습하는 과정을 어려워한다. 고려대에서 북한이탈주민 출신 학생 지원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컴퓨터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들도 있어 컴퓨터 기반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작 이들에 대한 대학의 학습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상이한 환경에서 교육받아온 학생인만큼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더 필요하지만 각 대학들은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경기지역 모 대학 교수학습지원센터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 학생이 학교에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따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주로 외부 기관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북한이탈주민 학생이 많은 서강대의 경우 이들을 위한 개인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 학생들과의 격차 뿐아니라 북한이탈주민 학생 간에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학습지원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주로 영어 학습 지원과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말하기, 글쓰기 등을 연습할 수 있는 소수학습 워크숍 형태다.

서강대 교수학습센터 관계자는 “대학이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을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것은 소수자 우대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대학생활 성공을 이끄는 데는 입학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수자가 대학 입학 후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입학 후 대학 차원에서 세심한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