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5월 26일 발표한 ‘성인 전담 평생교육 단과대학 개편방안’에 전문대학과 사이버대가 동요하고 있다. 기존에 담당해오던 평생교육과 재직자 교육에 대한 수요가 4년제 일반대학로 쏠릴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일반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성인 평생교육 기능이 앞으로는 4년제 일반대학 내의 정규 교육과정인 ‘평생교육 단과대학’으로 편입된다. 이 단과대학은 정원 내 모집으로, 전용 입학전형을 두고 고졸 취업자와 선취업 후진학자, 주부, 만학도 등 성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학위과정과 학점과정, 비학위 과정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수 대학 10개교를 시범 선도대학으로 선정해, 성인학습자 친화적으로 대학체제를 개편하고 다른 대학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이번 방안에 대해 “평생교육 단과대학 도입은 우리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물론 고등교육의 변방같았던 평생교육이 중추로 가까이 다가선다는 의의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개혁 국면에서 일반대학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고등교육 생태계’라는 숲을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직자·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고등교육 기관은 일반대학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정규 교육과정으로 질 높은 직무교육, 평생교육에 ‘올인’하던 전문대학과 사이버대는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2001년 평생교육법으로 개교했던 사이버대는 한국방송통신대와 함께 성인교육의 사회적 수요를 감당해왔고 2007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학위까지 수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일을 하면서 일반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사이버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대학 역시 현장실습과 더불어 재직자의 직무능력 제고 교육에 힘써 왔고, 교육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특성화전문대학 육성사업을 시행하면서 Ⅳ유형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분야에 8개 전문대학을 선정하고 평생교육 특성화 작업을 독려해 왔다.

교육부는 더욱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2015 평생학습중심대학'에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이전 개념인 성인학부 운영 대학을 우선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사이버대나 전문대학에 대한 수요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일반대학에서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한다는 국정과제 속에서도 아직 ‘학벌의 벽’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4년제 일반대학에 한해 재직자-성인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한다면 전문대학, 사이버대 까지 고루 퍼져있던 성인학습 수요를 일반대학에 몰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 

특히 사이버대의 경우 올해 정부의 재정지원예산이 반토막 났고, K-MOOC사업에서도 배제됐으며 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 통과도 난망해지면서 그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이번 소식을 처음 듣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고등교육 경로를 특성화, 다양화하고 조화롭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교육생태계를 돌봐야할 교육부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 없이 정책을 우선 내놓고 보자는 식이면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세부사항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하반기 의견수렴 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4년제 일반대학만이 아닌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평생교육 실태와 질을 파악하고 해당 기관들 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일반 성인과 재직자 교육이 필요한 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는 한편 고등교육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제대로 된 평생교육진흥책을 내야 한다.

행여나 대학구조개혁과 맞물려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4년제 대학들의 고충을 덜어주려 했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정책 입안 경위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  대신 이 정책 시행으로 상대적 피해를 입게 될 전문대학과 사이버대의 지원책을 별도로 강구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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