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경북대 교수회 부의장/사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지난해 경북대와 공주대, 방송통신대, 한국체육대 등 여러 국립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총장임용후보자 임용제청거부 처분을 받았다. 공통적인 것은 어느 대학도 교육부가 내린 처분의 사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총장공백을 면한 대학도 있지만, 대학가의 분노에 여론도 주목하면서, 갖가지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사실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사태를 바르게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최근 국립대학의 총장선출은 교육부가 발동한 소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이루어졌다. 교육부는 2010년경 1단계로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하다 부분적인 성과만을 거두었다. 이어 2012년부터 총장직선제 개선과 기성회회계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제2단계 선진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의 부작용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첫째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책무성 약화, 둘째 학맥 인맥 지연 등 파벌형성, 셋째 대학의 정치화로 인한 교육과 연구의 소홀, 넷째 공약남발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 다섯째 후보자 진영 멤버의 논공행상식 보직임명, 마지막으로 선거과열 및 막대한 선거비용 등이 그것이다.

2012년도에 교육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각 국립대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학칙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MOU 체결을 강요했다. 당시 경북대는 교수회가 강력하게 반대해 MOU를 체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경북대는 사업에 탈락했고 추산 약 60억 원 가량의 재정지원이 삭감됐다. 그 이전에는 매년 70~90억원의 지원을 이 분야에서 받아왔던 터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소위 지방대특성화사업에서 다시금 총장직선제 폐지가 평가항목으로 편입돼 직선제 폐지 압박의 강도가 높아졌다. 예정된 총장선출작업과 맞물려 당시 교수회는 학교 구성원을 설득해 교육부가 권장하는 ‘임의추출 총장추천위원회 선출방식’으로 학칙을 개정했다. 이어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작업을 시행했다.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는 교수위원 31인, 교직원 위원 4인, 학생위원 1인, 학외 지역 시민단체대표 위원 12인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선출 당일 컴퓨터 무작위 추첨에 의해 각 범주별로 추천위원 후보들이 선발됐고, 교수회가 이들에게 새벽부터 전화를 돌려 투표참가 수락여부를 물었다. 이 방식은 결국 직선제보다 행정적 노고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었다. 더구나 운영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많았고, 실제로도 오류가 발생했다. 결국 4개월 후 재선정 작업을 해야했다. 대표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 일반 남성 교수들은 약 30분의 1, 여교수들은 10분의 1, 직원과 학생의 비중은 상징적인 정도에 그친다고 해도, 학외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성은 무려 5분의 1에 달했다. 애초에 교육부가 “직선제 및 간선제적 요소를 배제하라”는 해괴한 방침을 제시한 것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강요한 국립대학 총장직선제 폐지는 무엇을 남겼나. 물론 우리도 총장직선제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총장직선제 폐지가 교육부가 지적한 문제를 하나라도 시정, 개선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난리 끝에 선출한 후보자의 임용제청거부로 야기된 지금의 혼란상이 과연 선진화된 대학의 모습인가. 교육부는 일련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방식, 즉 재정지원을 미끼로 국립대학 구성원의 양심을 옥죄어 왔다.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산입하는 묘법은 표면에 상처 하나 없이 속으로 골병 들게 만드는 교묘한 기법이 아닐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