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바이오메디컬공학부 신입생 선발

마라톤 11회 완주 ... 학교 발전도 ‘장기비전’ 초점
“임기 내 성과보다 세계명문대학 도약이 더 중요”
‘외교사관학교’ LD학부 ‘금융통상사관학교’ LT학부
언어학‧지역학 기반의 융복합 학문 추진에 박차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세계 3위. 한국외대는 45개 언어관련 학과에서 전문화된 외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45개 언어교육은 세계에서 3위 규모에 해당한다. 이런 전문 외국어교육을 바탕으로 한국외대는 각종 글로벌부문 평가에서 국내 대학 중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54년 개교해 2007년 국내 최초 통번역대학설립, 세계통역번역대학원협회(CIUTI) 동양권 유일의 정회원 등록 등 대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한국외대를 이끌고 있는 김인철 총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전형적인 학자의 풍모를 가진 김 총장은 베를린, 파리 등지에서 열린 세계 11개 마라톤과 국내 3개 마라톤을 완주한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고교 3학년 때 어렵게 공부를 했다는 그는 술·담배 한 번 하지 않고 취미도 하나 없이 오로지 학문에만 전력질주 했다. 그런 김 총장이 세계 11개 도시 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세계를 호흡하는 젊은 가슴’이라는 한국외대의 교가 가사가 불러일으킨 감동 때문이었다.

“늘 마음에 새겨있었던 것이 교가 가사 중 ‘세계를 호흡하는 젊은 가슴’이란 구절이었습니다. 이왕 달리기에 취미를 가질 바에는 ‘정말 세계를 호흡해보자, 그 정신을 실현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외대를 이끌 총장이 돼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42.195km를 14회 완주한 뚝심 때문일까. 그는 단기성과가 아닌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긴 호흡의 학교 발전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인철 총장은 취임하며 외국어전문성을 제고를 위한 육성계획과 함께 종합대학으로 발전을 위한 계획을 강조해왔다. 언어 분야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융복합과 학문간 결합을 강조, 2013년 ‘외교사관학교’라 불리는 LD학부, 지난해 통상사관학교라 불리는 LT학부를 개설했다. 종합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학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바이오메디컬공학 등 3개 학문영역 육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16학년도에 바이오메디컬공학부를 신설, 35명의 신입생을 처음 맞게 된다. 언젠가 한국외대가 의대를 갖출 수 있도록 초석을 쌓는다는 생각에서다. 중장기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훗날 한국외대가 세계를 호흡하고 세계 유명대학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는 데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 학교마다 특성화 경쟁이다. 외대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한국외대는 특성화된 대학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학교의 강점인 국제화와 언어분야가 현재 대학가 전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한국외대가 계속)비교우위는 지키기 어렵다. 지금 국내 대학 간 경쟁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선진국들도 교육시스템에 어마어마한 재정적 투자와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국내 경쟁에서도 뒤떨어지지 않고 세계 유수 사립대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훗날 한국외대가 세계를 호흡하고 세계 유명대학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는 데 기초역할하고 싶다."

- 언어 특성화를 위한 전략은.
"종합대학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대학의 강점 분야인 언어·문학·지역학에만 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취임하며 계속 융복합을 강조했다. 어문학과 일반 학문 영역을 각각 세로축과 가로축에 놓고 학문적 짝짓기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신설한 LD(Language&Diplomacy)학부와 지난해 개설한 LT(Language&Trade)학부가 예다. 우리는 외교 쪽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아랍, 아프리카, 스페인, 러시아 등 국가에 가보면 대사관에 한국외대 출신이 대부분이다. 국정원이나 외국 정보와 자료 필요로 하는 기업 부서에도 역시 한국외대 출신이 많다. LD학부는 특히 국립외교원을 정조준한 특화학부라 할 수 있다. 여길 나오면 국립외교원 들어가 외교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LT학부는 ‘통상금융사관학교’라 볼 수 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IMF 또 그밖에 중요한 금융통상에 관련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

- 국제기구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 교수진은 어떻게 되나.
"(LD, LT)양 학부에 저명하신 분들을 많이 모셨다. 박진 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재창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이 LD학부 석좌교수를 맡고 있고, 김현종 전 FTA통상교섭본부장이 LT학부 교수로 있다. 얼마 전 우리대학을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도 석좌교수직을 제안해 계약 직전에 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승낙한 상황이고, 스티븐스 전 대사가 연구교수로 있는 스탠포드대와의 협의가 완료되면 우리대학 LD학부에 오게 된다."

- 한국외대에서 배출한 국제화 특화 인재가 세계에서 큰 활약을 펼친다. 실질적 국립대란 말도 나온다.
"선진국가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의 경우 외국어대학이 국립이다. 국익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다르다. 한국외대는 전략적 국영대학, 전략적 국책대학이란 말을 듣는다. 우리대학은 실제 국가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실제적으로 국립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외대가 선도하거나 한국외대에만 있는 언어군이 27개 있다. 그런 27~30개 언어군은 학문적 수요가 크진 않다. 하지만 한국외대가 하지 않는다면 그 어디서도 학문적으로 배울 수 없는 게 된다. 다른 대학들은 프랑스어와 독일어가 학문적 수요가 떨어졌다고 통폐합하는데 우리대학은 그럴수록 그 학문이 더 중요해진다."

- 국가나 사회 공공성 차원에서 특별히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
"2학년 중 우수 학생들을 선별해 1년간 현지국가 연수를 보내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경험이 밑바탕이 돼 현지에서 취업하는 등 현지 전문가로 키워지면 현재 외교 분야에서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사고 등에 신속히 대처해 협상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한국외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다른 외국어 중심학교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한편으로 세계 45개 영사관과 외교기관에 현지 고교 졸업자 중 우수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700~800명 규모가 될 텐데 이들을 4년간 교육시켜 친한인사, 지한인사로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을 통해 한국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대학은 사실상의 국책대학으로서 기꺼이 이같은 역할을 맡고자 한다."

- 언어 외 육성분야는.
"총장에 취임하면서 종합대학으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3가지 학문영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있다. 첫번째가 경영학이다. 현재 어느 대학이든 비즈니스스쿨이 충실하지 않은 대학들은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두번째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다. 한국외대가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분야 중 하나다. 또 한 가지가 바이오메디컬공학이다. 바이오메디컬공학부가 신설돼 내년 3월 신입생 35명을 맞게 된다. 내 임기 내 이루지 못할지라도 의·생명 분야를 발전시켜 언젠가 한국외대가 의대를 갖출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다질 생각이다."

- 인성교육의 부재가 고등교육의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외대에서는 어떤 인성교육을 하고 있나.
“인문과 어문 중심대학인만큼 학문을 취업 수단으로 생각하기 보단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다. 미네르바 교양대학도 그런 일환이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말 양쪽 캠퍼스에 미네르바 교양대학을 설립했다. 단순히 직업교육 장에서 탈피해 인문학적 사고 폭을 넓히는 견지에서 추진한 것이다. 동서양 고전도서 읽기와 글쓰기를 연계한 기초교양을 운영하고 교양대학 소속 강의중심교수가 인문강좌를 진행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공동 교양과정도 운영해 학생들이 다양한 예술분야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네르바 교양대학을 통해 학생들이 총 32학점의 인문, 교양 교육을 이수해 인문학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전임총장 시절 포트폴리오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교수가 필수적으로 학생들을 만나 면담을 한다. 이런 면담을 교수의 수업 시수에 반영해, 교수들이 학생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 한국외대에 어떤 학생이 와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나.
“외대를 만나면 세계를 만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또 우리 학교 교가 가사에도 '세계를 호흡하는 젊은 가슴'이란 구절이 감동을 주더라 했지 않나. 이처럼 학생들이 국제 시민으로서의 감각을 가지고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길 희망한다.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와서 수학하고 난 뒤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며 한국 전도사 역할을 하길 바란다”

■ 김인철 총장은…
1957년생.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기획조정처장,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교무처장, 대외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재정경제부 혁신지원위원회 위원장 △검찰위원회 감찰위원 △한국정책학회 회장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을 지냈다. 지난해 3월 1일 한국외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현재 한국풀브라이트총동문회 회장과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송보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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