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대학교 조교협의회 초대 회장 신자호씨(충남대 물리학과 조교)

비정규직 보호법마저 제외된 ‘조교’
“움추린 위치 찾고 처우개선 할 것”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오늘도 조교들은 전국 대학의 학과 사무실에서 조용하고도 숨 가쁘게 일하고 있다. 조교의 침묵은 오래돼 낡았다.

올해 조교들의 침묵이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5일 ‘국·공립대학교 조교협의회 대전·충청지부’ 초대 지부장을 거쳐 지난달 30일 ‘전국국·공립대학교 조교협의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충남대 물리학과 조교 신자호씨는 마른 입을 뗐다.

“내부의 화합과 교류를 위해 무엇보다 조교협의체 구성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 적극적인 소통으로 대학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조교들의 임용 기한과 각 대학별로 상이한 직무·처우 등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의 묵직한 소리를 내겠습니다.”

신 씨는 정작 비정규직 보호법마저도 조교를 비껴간다고 말했다. 조교는 ‘고등교육법 14조’를 통해 교원과 직원, 조교와 함께 ‘교직원’으로 분류되고, 교육공무원법 제2조에 의거 ‘교육공무원’으로 분류된다. 또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 2’에 의거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해 임용된다.

“해마다 ‘재임용’을 거치지만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조교는 빠져있습니다. 조교는 예외규정인 것이지요. ‘비정규직 보호법’은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즉 비정규직을 2년 넘게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조치인데, 조교는 ‘비정규직 보호법 예외직종’이라 학교 내규에 따라서만 임용을 연장 혹은 그만둬야 하는 것이지요.”

해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더욱 현실적인 문제는 ‘임용횟수 제한’에 있다고 했다. 전국의 국·공립대 49곳 중 충남대, 한밭대 등와 같이 조교 재임용 횟수에 제한이 없는 곳은 14.2%, 7곳에 불과하다.

“조교 임용관련 세부 사항은 학교 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학내 상황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조교의 총 임용기간을 짧게는 2~3년, 많게는 5~6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보니 조교 자리는 항상 불안하고 ‘거쳐가는’ 자리로만 인식될 뿐입니다.”

일부 대학은 조교 임용 조건을 나이로 제한하기도 한다.

“신규 혹은 재임용에 ‘만 35세 미만인 자’ 등의 조건을 다는 대학도 있습니다. 고등교육법 14조에 따른 교육공무원의 경우 정년은 65세이지만 조교 근무상한 연령을 57세로 제한한 대학도 있지요. 각 대학마다 사정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조교 신분이 그만큼 불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는 일에 따라서도 교원인지, 직원인지 직업적 정체성에 수시로 의문을 품는 상황에서는 이 자리에서 발전을 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조교 10명 중 4명 이상은 학생이 아닌 ‘직업형 조교’다.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조교가 직업이자 생계 수단이다.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자리로 인식되더라도 있는 동안만이라도 누구나 위치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으로서 혹은 교원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내부 화합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교 처우에 대한 법적 정비입니다. 이는 조교협의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학생들이 입학하고 수업듣고, 졸업과 취업을 할 때까지 신 씨는 10년 이상 학생들의 옆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학교의 일은 학과의 일에서 시작된다. 조교들의 손놀림이 오늘도 바쁘다. 고요속 파동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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