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월 마지막 주 발표 예정이던 구조개혁평가 1단계 결과의 윤곽이 드디어 6월 첫 주를 넘기기 바로 직전인 5일 오후 늦게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날 30여개 4년제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이달 29일까지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고, 7월 중순 현장실사를 한다고 2단계 평가 준비하라는 골자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대학들에서는 이미 결과를 아는데 왜 교육부와 KEDI(한국교육개발원)가 발표를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교육부가 이날 오후 늦게 전격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이날 공문을 접수한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정량평가에서는 우리 학교가 지역 내 1등인 것 같은데 정성평가에서 뒤집혔다” 며 흥분했다. 이 총장은 이미 이러한 결과를 알고 있었던 듯 이미 지난 3일 평가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했다. 다른 지방 사립대 총장은 “평가위원이 속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명암이 정성평가에서 극명하게 갈렸다는 얘기를 교육부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다. 이런 평가라면 평가위원을 배출하지 못한 군소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라며 평가결과에 상관없이 이 같은 평가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대학 총장은 지난 4일 모처로부터 연락을 받고 “우리 대학은 다행스럽게도 하위그룹에 속하지 않았다”며 안도했다.

이렇게 이미 일선대학에서는 평가결과를 속속 입수하고 있었는데도 정작 교육부와 KEDI 대학평가본부측은 “1단계 결과 통보부터 한 주씩 밀리고 있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정량평가 자료로 점수 계산하는 절차와 대학에 이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늦어졌고, 더욱이 지난 1~4일까지 전문대학 면접평가와 겹치면서 더 지연됐다. 그런데다 KEDI 대학평가본부 전원이 지금(5일) 원주에 출장 가 있는 상황이라 통보할 인원이 없다”며 발표를 미루었다. 그러면서 대학들의 그런 이야기는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가 늦춰지자 그동안 대학들은 온통 벌집 쑤셔 놓은 듯했다. 지난 일주일간 대학들은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상위권 대학이면 어느 A등급인지 아닌지, 하위권 대학이면 D,E 하위그룹에 포함되는지 평가 결과 알기에 혈안이 되었고 교육부와 KEDI 관계자의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동원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현재 한창 심사 중인 ACE(학부교육선도)대학 선정과 곧 발표될 프라임사업 기본계획 기준까지 더 빨리 알아내야 하는 대학들은 학생 교육과 교수 연구는 완전 뒷전이다.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 연구는 온데간데 없고 민간업자들 입찰 수주 경쟁하듯 온통 난리법석이었다.

예전 유행하던 연세대 명예교수 김동길박사의 “이게 뭡니까?‘다. 완전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구조개혁평가가 정부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에서는 교육부의 고충도 이해 할 만은 하다.  하지만 룰과 계획을 정했으면 어떤 변수와 상황변화가 있더라도 당당하게 약속한 기한 내에 평가결과를 밝혔어야 했다. 일주일 늦게 발표한다면 적어도 심사대상 대학 중 몇 개 대학이 2단계 심사대상인지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야 했다.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하면서 무엇이 두려워 도둑고양이처럼 해당대학에, 그것도 퇴근 시간 무렵에 깜짝 공문을 보내는 꼼수를 쓰나.

수박 겉핥기식의 100분간 면접심사와 현장평가도 없이 이루어진 정성평가가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 못한 점도 아쉽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발표를 미루면서 여러 의혹만 증폭시킨 교육부의 처사는 마치 최근 메르스에 대응하는 보건복지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메르스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얼버무리다 이 지경에 이르게까지 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 발표 지연을 메르스 사태에까지 갖다 붙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비춰질 수 있으나 지금 대학사회가 겪는 혼란과 교육부의 행정처리가 유사해 보여서 하는 말이다.

대학들은 이번 평가결과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들은 모든 일 제쳐놓고 오는 29일까지 이의신청에 대비해야 하고 그럼에도 최종 하위그룹 판정을 받으면 7월 한 달을 꼬박 또 2차 평가 대비에 매달려야 한다. “이게 뭡니까?”

대학의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고 심지어 자괴감마저 든다.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요,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인데 대학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정부가 과연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지 씁쓸하기만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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