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총장포럼 11일 개최…"재정운영은 자율에 맡겨야" 주장

▲ 서울 더팔레스 호텔에서 11일 열린 서울총장포럼 회의에는 서울총장포럼 소속 25개 대학 중 16개 대학 총장이 참석해 현재 대학의 위기와 해법을 논의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서울지역 대학들이 학점과 인적 자원, 시설 등을 공유하는 ‘공유대학’의 모델을 통해 대학 위기를 극복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또한 대학을 자율적 운영에 맡겨 대학이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더 팔레스 호텔에서 11일 열린 서울총장포럼에는 중앙대, 숭실대, 세종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 서울 시내 16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시내 대학들이 직면한 재정위기와 대학 운영 자율권 확보의 어려움 등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극복방안을 모색했다.

■ “사립대학 운영은 사립대학에 맡겨야”= 이날 모인 서울지역 대학 총장들은 현재 대학들이 겪고 있는 재정문제가 대학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에 충분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을 바탕으로 대학 역량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헌수 숭실대 총장은 ‘대학교육의 위기 진단 및 극복방안’이라는 주제로 국가 재정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립대학의 자율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학들의 운영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에 맞는 대학 재정운영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장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해외 대학과는 달리 한국의 사립대학은 대학의 정부 지원에 예속된 상태에 놓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학들이 독자적 경쟁력 강화에 충분히 힘을 쏟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종교 배경의 사립대학들이 중심이 돼 출발했다. 설립 초기 단계부터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후 고등교육을 대중교육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과정과 70년대 학생 수가 감소하며 고등교육법이 수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정부의 재정지원 제도가 가다듬어졌다.

특히 미국 정부의 대학에 대한 역할은 간접적이고 매우 제한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고 한 총장은 분석했다. 한 총장은 “미국 연방정부의 대학에 대한 역할은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대출 및 지원, 대학 연구비 지원, 목적 사업경비 등에 한정돼있다. 사립대학의 운영과 행정에 대한 어떤 제재도 없다. 사회 배경 등의 차이로 직접 도입은 힘들 수 있지만 향후 한국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모델로는 이상적인 형태”라고 평가했다.

영국 대학은 독립 대학(Independent University), 주립 지원 대학(State-Funded University)로 나뉜다.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대학의 경우 정부로부터 운영 상의 관여를 전혀 받지 않는다.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대학의 책무성과 교육 질 등에서 관여를 받지만 한국 정부만큼의 통제는 아니라는 것이 한 총장의 주장이다. 한 총장은 “미국 대학처럼 대학 운영 전반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 중단 단계의 모델로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사립대학은 한국 사립대학들과 비슷하게 재정구조가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일본 대학들도 한국 대학들처럼 정부의 통제가 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총장은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문부과학성의 재정지원이 대학에 대한 직접적 통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 총장은 “해외 대학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학 재산 운영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이다. 수익사업 활성화와 대학 시설활용 등에서 제약이 많아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렵다. 이러한 부분들이 해소돼 운영 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공유대학’으로 예산 절감해야= 대학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함께 대학 자체적 공유 경제활성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신구 세종대 총장은 ‘서울 소재 대학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서울권 대학 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제를 통해 신 총장은 ‘공유대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서울권 대학부터 각자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 정보 등을 함께 공유하며 예산을 절감하자는 것이다.

특히 교육 인력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이 재정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학점을 교류하면 각 대학이 개설하는 과목을 줄일 수 있고 온라인 강의 개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학과를 다른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면 시간강사가 아닌 전임교수의 강의 전담 비율이 증가하게 돼 결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 향상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도서관과 기숙사 등 대학 인프라의 공동사용도 재정절감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보 공유의 사례로 대학 운영난 해결 방안 교류가 제시됐다. 신 총장은 “세종대의 경우 교수 평가를 통해 등급에 따라 연봉인상률에 차등을 뒀던 제도를 폐지했다. 교수간 갈등만 증폭될 뿐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평가점수가 낮은 교수한테는 책임시간을 늘려 교육에 좀 더 기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이런 결과로 최근 언론사 대학 평가에서 세종대 순위가 높아질 수 있었다. 이렇게 대학 간 성공 사례 정보를 공유해 위기 해결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총장은 “서울지역 대학만이라도 교무처장 협의회를 구성해 작은 분야에서부터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했다.

서울총장포럼은 지난 3월 서울지역 25개교 대학 총장이 모여 대학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위기극복방안을 담은 미래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발족한 모임이다. 초대 회장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이 맡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