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호조)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작가

“가장 심혈 기울인 부분은 ‘공감’”
“대학 간다면 ‘철학과’ 가고 싶어”

▲ 권순호(호조. 40)씨는 카카오톡 대표 캐릭터를 만든 카카오 프렌즈들의 ‘아빠’다. 그는 이들의 인기 비결을 ‘공감’이라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국내 가입자 약 3800만명 , 하루 평균 60억 건의 대화가 오가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다. 10대부터 70대까지, 총장과 대학생 등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소통한다. 이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인 ‘카카오 프렌즈’다.

이모티콘은 ‘Emotion(감정)’과 ‘Icon(아이콘)’의 합성어다. 사전은 이모티콘을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문자로만 전할 수 없는 감정을 이모티콘에 담아 표현한다.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혹은 이제 그만 대화를 끝내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캐릭터 ‘네오’는 새침하고 사나운 마음을 표현한다. ‘어피치’는 섹시한 뒤태로 응큼한 마음을 나타내는 복숭아 캐릭터다. 이밖에도 겁이 나거나 마음이 약할 때, 또는 마음이 뒤숭숭할 때는 오리 ‘튜브’를 사용한다. 카카오 프렌즈는 이외에도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와 토끼옷을 입고 다니는 단무지 ‘무지’, 말없이 무지를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악어 ‘콘’, 무지와 어피치를 따라다니는 힙합 두더지요원 ‘제이쥐’ 등이 있다. 이 일곱 마리의 동물들이 카카오톡 유저들의 감정을 절묘하게 전달한다.

▲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왼쪽부터 제이쥐, 프로도, 네오, 무지, 튜브, 어피치, 콘)

이들은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다. 때론 귀엽고,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이 얼굴들은 권순호(예명 호조) 작가가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이들 카카오톡 대표 캐릭터를 만든 카카오 프렌즈들의 ‘아빠’가 그다. 그는 이들의 인기 비결을 ‘공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그릴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 독자들과의 ‘공감’이었습니다. 과연 이게 나만의 생각과 만족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이용자들도 함께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봅니다. 나는 심심하고 지루한 눈빛을 그리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주시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실패한 이모티콘이 되는 거죠. 감정공감능력을 키우려고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습니다.”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그는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권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그리기, 만화그리기 등을 좋아했다. 공부 쪽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실업계로 고등학교를 진학했고 주변에서도 대학을 진학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 물론 입학은 시도했지만 점수가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금이라도 대학을 갈수 있다면 의외로 ‘철학과’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 계통으로 가기보다는 철학과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퀄리티보다는, 사람들의 심리 쪽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기사를 봐도 댓글 하나하나 달리는 것을 다 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지를 보기 위해서죠. 공감능력을 그런 데서 찾습니다. 어떤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 기준 등을 알고 싶어서 철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 철학과가 예술학과 등과 같이 대학에서 통폐합 1순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대학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판단하는 데는 조심스러워했다. 권 씨는 “사회를 나와도 판이 뒤집어 지는 경우들이 참 많다. 물론 자신이 전공한 과가 없어지는 것은 대학생들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특히 예술학과, 철학과가 없어지다니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학과인데 말이다. 그래도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같이 된 배경을 우선 심도깊게 살펴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작가는 현재 ‘타임캐스트’에 소속된 직원이다. 타임캐스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컨텐츠 서비스 전문 개발업체다. 권 작가는 “지금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카카오톡에서 일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타임캐스트는 일주일에 한두 번만 나오고 있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 타임캐스트는 게임 어플이나 캐릭터, 콘텐츠 등을 만든디”고 설명했다. 현재 타임캐스트에서 게임 어플 ‘외계침공 주식회사 for 카카오’ 컨셉과 시나리오를 총괄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에서 만들어지는 카카오 프렌즈에 대한 수익은 전혀 받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카카오 프렌즈 인형, 샵이라든지 그런 데서 나오는 수익이 있겠지만 카카오 프렌즈 1기 이후 나온 이모티콘에 대한 수익은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아요. 카카오 프렌즈 아빠가 호조인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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