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원들 “분규대학 별도지표 없지만 제도 부실 등 이미지 작용할 수도”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1단계 평가결과 예비하위 D, E등급에 포함돼 2단계 평가 대상이 된 대학 중 학내분규와 비위 등으로 국정감사의 표적이 된 대학들이 대거 포함됐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본부로부터 2단계 평가대상 공문을 받은 대학 중에는 학내외 갈등으로 말이 많았던 C대, S대 등 5~6개 대학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대학 총장들이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C대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낮은 교육비 환원율과 사학비리 의혹 등으로 따가운 질타를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교육부로부터 내부감사를 통해 지적사항을 소명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S대는 지난해 법인 이사회의 강행으로 임명된 총장이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도피성 출국’을 감행해 지적을 받았으며 최근 교육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고도 무시하는 등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외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A대학을 비롯해 최근 재판부가 과도한 적립금을 쌓고도 교육환경 투자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판결한 S대학도 2단계 평가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개혁 평가 편람상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최종심의 단계에서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결과 부정 비리가 발견돼 조치를 받은 대학들은 감점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1단계와 2단계 평가에는 대학 분규나 비리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따라서 대학의 대내외 갈등이 정성평가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실제 정량평가에서는 대학들이 비슷한 점수대에 몰려 있어 0.1점 차이에도 순위가 뒤바뀌지만 정성평가는 등급마다 간극이 컸다”면서 “정성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평가 순위를 되돌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단계 평가 대상이 된 C대 교무위원들은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 대학이 이번 평가에서 하위그룹에 속한 이유는 양호한 정량평가와 달리 정성평가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학내분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단계 평가 대상 공문을 받은 A대 기획처장도 “2단계 평가대상으로 공문을 받은 대학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분규가 있던 대학들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의신청 과정에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표적 평가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부정·비리로 교육부와 국회의 경고를 받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대학들이 하위대학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평가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는 얘기다.

그러나 1단계 면접평가에 참여한 한 교수는 정성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졌다며 이같은 발언을 일축했다. 그는 “정성평가도 각 항목이 있고 구체적 지침에 따라 상·중·하로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대학의 비리 여부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대학의 평소 이미지는 (정성평가 과정에서) 평가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평가위원 역시 “면접평가에 앞서 별도로 분규대학에 대한 정보 공지나 지침은 없었다”며 “이번 결과는 비리 분규대학들의 경우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제도적으로도 부실하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