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 졸업후 사회 리더로 활약 기대 ‘선한 인재’로 길러야

법인화 모순 해결 통한 ‘서울대형 발전모델’ 정립이 최우선 과제
결국 ‘균형’… 대입에서는 수능과 내신 선발규모 균형점 찾을 것
대학구조개혁, 출구 없어 대학 옥쇄작전으로 버텨… 선순환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취임 1주년을 앞둔 성낙인 총장의 서울대는 여전히 바쁘다. 우선 국립대학과 법인 사이에서 정확한 좌표를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 첫 국립대학법인으로서 법적인 모순 조항을 조속히 풀어야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와 기숙사 건립 같은 학내 문제도 지혜로운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학내 문제에만 신경쓰기 어려운 것도 서울대의 숙명이다. 서울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가장 먼저 입시에 반영하길 요구 받는다. 서울대는 최근 지역균형 선발 확대 등 입시개편 이외에도, 교육면에서도 우리 사회의 고민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1000원의 아침식사’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 문제도 대학의 맏형으로서 오불관언 할 수 없다.

서울대를 찾은 사람도 많다.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3일 하루에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이 서울대를 방문했다. 성낙인 총장을 만나 취임 1주년을 돌아봤다.

▲ 성낙인 서울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어느 나라든지 리더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이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이래 서울대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금 서울대가 당면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제일 큰 과제는 아무래도 법인화 문제다. 처음에는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하는 법률안을 만들었으나, 지방국립대가 반대해 무산됐다. 재정적인 우려로 지방 국립대학들이 반대하자, 우선 서울대가 먼저 해보자고 해서 서울대를 법인화하는 개별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 모든 국립대가 단일법으로 법인이 된 것과 다른 점이다. 서울대 홀로 유사이래 첫 국립대학 법인이 되다보니 시행 후 나타나는 법적인 모순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에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 예를 들면 무슨 문제가 있나.
“예를 들어 고등교육법상 국립대학 법인도 국립학교의 일종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여러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서울대는 일단 법인이니까 국립대학이 아니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립대학법인이 가진 재산에 대해서 조세를 부과하는 일이다. 특히 국가로부터 양여 받은 수원캠퍼스의 미사용 부분에 대한 지방세(취득세 및 재산세) 약 30억 원이 부과됐다. 이에 반해 일본은 국립대학법인에 대해 국가기관처럼 비과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립대학법인은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인데. 결국 세금 걷어서 서울대에 예산을 주고, 이를 다시 조세로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을 세법상 비과세 대상으로 명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 그렇지만 법인화는 결국 재정상 플러스 요인이 아닌가
“예산 운영이 과거엔 세세한 항목까지 다 지정돼 있었다. 지금은 원칙적으로 총액기준으로 예산을 받는다. 그렇지만 예산을 짜서 보고하고 이를 확정받아 지원을 받으려면 내부적으로는 항목이 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과거에 비해 예산의 전용이 자유로운 측면은 있다.”

-법인화로 서울대가 외딴 섬처럼 됐다고 하는데, 서울대라면 다른 대학과 차별화 되는 독특한 교육철학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전국 국립대학이 반대함에도 우리가 한번 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다만 그런 점에서 보면, 막상 법인화를 하고 보니 서울대 혼자서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에 힘이 좀 부치는 것이다.“

-서울대라면 차별화된 제도, 말하자면 특권이라기 보단 좀더 앞서나가거나 다른 대학이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사회적 의무가 있지 않은지.
"지금은 이른바 ‘3불제도’로 서울대도 입시를 마음대로 못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울대만 주어진 틀을 벗어나겠다는 것은 안 된다. 다만. 주어진 틀 내에서 서울대 독자적으로 좋은 학생을 뽑을 방안이 무엇이겠느냐 늘 고민한다.“

-현재의 서울대 입시제도를 평가한다면.
“제도라는 게 장단점이 있다. 내가 입학할 당시엔 5과목 자체 시험을 쳐서 그걸로 결판이 났다. 내신은 합격에 상관이 없었던 셈이다. 조영래 변호사가 고3때 시위를 하느라 정학까지 당했지만 서울대에 수석입학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입시도 다변화됐다. 일단 수능이라는 것은 국가에서 실시하는 유일한 국가자격시험이므로, 수능을 잘하는 학생을 일정비율 뽑아야 한다. 물론, 수능과 관계없이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도 설발할 필요가 있다. 시골 학교에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은 비록 수능은 부족해도 과외를 받아서 공부한 학생들 보다는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저소득층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신데.
“지금 우리나라가 양극화라고 하는데, 적어도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충분히 좋은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에는 ‘강남’ 출신 학생들이 많다고 비판을 하는데 실상은 또 그렇지가 않다. 소득 차상위 계층 재학생들이 750명에 달한다. 이들에겐 등록금 면제뿐 아니라 월 30만원의 기본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법대 학장 시절이다. 군청소재지 학생이 학사경고대상에 올랐다. 생활비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로)과외를 5개씩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상적인 학업은 불가능 하다고 봤다. 당시 성적우수자들 제쳐두고 그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 나중에 시골까지 내려가서 그 제자의 결혼식 주례도 섰다.”

-1000원의 아침식사도 신선하다
“1000원의 아침식사를 두고 아이들은 ‘총장밥’이라고 하더라. 아침만이라도 1000원에 제공하면 학생들의 건강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한 달에 2~3만원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 솔직히 의식주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부자 학생과 가난한 학생이 친구가 되기 어렵다. 반대로 의식주만 해결이 되면 서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서울대의 비전은.
“세계의 리딩 대학들, 곧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프랑스의 그랑제꼴의 학생들은 결국 사회에 나가 각 분야 지도자가 된다. 서울대 졸업생들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지도자로 변신했을때 선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사회의 큰 문제가 된다. 서울대생이라면 기본적으로 공부는 알아서 한다고 본다면, 결국 선한 인재로서의 자질은 학교가 채워줘야 한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인성교육은)시대가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공익·공공선·공동체 등의 가치 부재가 우리사회 엘리트 계층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동양에서 말하는 덕치와 영국의 공리주의, 독일 칸트 인격주의가 다 한 가르침이다. 학생들이 졸업한 뒤 지도자적 위치에서 올랐을 때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개인이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불행이다.”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서울대의 취약점은.
“국제화 지수가 낮다. 서울대는 도쿄대와 견줄 수 있고 베이징대와 비교해선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홍콩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우리대학보다 세계 대학랭킹 순위가 훨씬 높은데 영어가 공용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다. 국제화보다 근본적인 것이 독자적인 학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적어도 2000년대까지는 우리나대 학문은 ‘수입학문’이었다. 연구자들이 해외 석학으로부터 지식을 전수 받아 귀국해서 이를 전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자체적으로 학문 생태계를 구현해야 한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30대 때부터 자기만의 독자적인 연구를 해야 가능하다. 노벨상은 연구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연구)과제에 10년, 20년 지원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소견은.
“무엇보다 과거 입학정원, 재정지원 등을 통해 규제를 가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좀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도 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설립준칙주의로 대학이 많이 생겼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 결국 특성화에 실패한 대학들 가운데 도태되는 대학들도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마치 옥쇄작전을 하듯이 버티는 상황이다. 출구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설립자들은 나름대로 우리 고등교육에 기여한 분들이므로, 그분들에게 출구를 마련해 드려야 한다고 본다. (대학구조개혁이)자연스럽게 선순환의 길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래대학의 갈 길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
“얼마전 프랑스에 갔더니 대학과 기업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이 해마다 열리고 있었다. 우리로 치면 코엑스에서 전 대학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경련 회원 기업들이 참가해 함께 산학협력을 논의한다. 이 행사에서 서울대 총장으로서 처음 기조연설을 했다. 프랑스가 어떤 곳인가. 68사태 이후에 평등을 외치던 프랑스조차 이제는 대학마다 컨소시엄을 만들고 여기에 국영기업이 입주해, 파리 남쪽 10여 킬로미터 지점에는 17개 대학이 참여한 거대한 산학협력 클러스터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학문 생태계도 산학협력 없이는 지속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자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계시는데 인생의 좌우명은.
"내가 잘 되면 반드시 나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이 있고, 결국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생각을 갖는다. 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더 선한 사람으로 나갈 수 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20대 때 (몸이 않좋아)많이 앓았다. 꽃다운 나이에 수 년간 투병생활을 해야 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서울대 교직원들의 연봉은 유명 사립대학 교직원의 3분의 2정도에 그친다. 학문적 자존심으로 서울대에서 연구하고 일하는데, 여기서 더 차이가 벌어지면 서울대를 선호하지 않게 될까 염려된다. 교수들은 연구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까 학생교육에 다소 힘들어한다. 바라건데 교수가 학생 지도에 더 애정을 보였으면 한다. 우리 학생들은 지금 비록 어렵더라도 10년, 20년 이후에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길 바란다.”

▲ 성낙인 서울대 총장과 이인원 본지 회장.

■ 성낙인 총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2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공법학회 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에선 법학대학장, 평의원회 위원 등 보직을 두루 거쳤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이우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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