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학구조개혁 1단계 평가결과 예비하위그룹 지정이 해당대학에 개별통보 되면서 이로 인한 대학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나름대로 최종평가 결과가 아닌데다 자칫 명단이 공개될 경우 해당대학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명단 비공개 방침을 세웠지만 통보 당일 저녁부터 하위그룹 30여개 대학의 명단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펴져나갔다.

공문을 받은 대학은 지정사실을 숨기기 위해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철저히 함구령을 내렸지만 ‘카더라’ 통신이 점점 기정사실화 되면서 30여개 대학의 명단을 대학사회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됐다. 심지어는 어느 어느 대학은 당초 명단에는 들어가 있었으나 지정 경위에 강력히 항의하거나 학교상황을 읍소하는 등 막판 교육부와의 담판으로 빠졌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여기에다 대충의 평가결과가 나온 지난달 말부터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공사석에서 은연중에 평가결과를 발설하고 다녀 이를 전해들은 대학들이 진위여부를 파악했고 해당 고위관계자는 일체의 공식모임에 금족령이 내려지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하위그룹 뿐만아니라 상위그룹 대학들도 자신들이 어느 등급에 속하는 지를 알기위해 극도의 정보전을 펼치며 등급파악에 나서 하위그룹대학 못지않게 구조개혁1단계 평가 후폭풍이 거세다. 모 대학 고위 관계자는 “정말 밤잠 설치며 구조개혁 평가준비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원하는 등급을 받았다”며 “관계요로를 통해 등급을 알아냈다. 우리 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이 00개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교육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의 명단 공개를 안했지만 대학들의 끈질긴 정보파악 노력에다 교육부와 KEDI 관계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발설하면서 각 대학들은 자기 등급을 이미 어느 정도 다 파악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시 한 번 인용하지만 연세대 김동길 명예교수의 “이게 뭡니까”다.

교육부와 KEDI가 평가기준이 명확했고 떳떳했다면 명단과 등급을 공개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납득할 만한 평가기준을 공개했어야 했다. 그래서 해당대학들은 2단계 평가에 소신껏 준비해서 응하고 상위그룹 대학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학사행정에 임하도록 했어야 했다. 평가결과가 통보 된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자기대학 등급과 다른 대학 등급을 알아내느라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 현재 우리 대학사회의 모습이다.

국내 모 언론사와 QS 대학평가,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발표 아시아 대학순위에서 국내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와 사학명문인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이 유수 아시아 대학들에게 밀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야 할 대학이 교육부의 줄 세우기 구조개혁평가에 목 메달고, 정부재정지원 얼마라도 받기 위해 간 쓸개 다 빼내고 교육부에 끌려 다니는 한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의 대학사회의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의 처사는 메르스 발병 초기 병원 측의 입장만을 고려해 병원 명단 공개를 하지 않아 메르스 확산을 부추긴 보건복지부, 청와대의 정책실패와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은 병원 명단을 알기를 원하는데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 명단공개를 꺼리자 결국 ‘집단지성’으로 국민들이 나서 메르스 맵을 공개했다. 이에 뒤늦게 병원 명단공개에 나선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뒤였다. 상·하위 등급판정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었기 망정이지 대학사회를 전체사회로 확대해 본다면 메르스의 대응방식과 다를 게 뭐 있냐는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평가결과와 점수까지 모두 공시해야 된다고 보지만 상위그룹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대학들의 이름까지 밝힐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만큼 최소한 납득할만한 정성 평가기준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지난 11일과 12일 예비하위그룹으로 분류된 대학 30여 곳을 대상으로 개별 설명회를 실시하고 7월초 2단계 평가에 들어갈 교육부는 더 이상 “이게뭡니까”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실시해 대학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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