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著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일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라면 그 슬픔은 더더욱 표현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저자는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서 아버지로서, 지식인으로서 딸을 잃은 슬픔을 세상의 모든 생명을 품에 안는 사랑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아버지 이어령은 한창 읽고 쓰는 일에만 골몰해 그의 삶 속에 딸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당시 이어령의 딸은 유년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의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고 서재 문 앞에서 아버지를 불렀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제 아버지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늦게나마 글로써 딸을 향해 ‘굿나잇 키스’를 보내려고 한다. 책은 천국에 있는 딸을 향한 ‘우편번호 없는 편지 모음’인 셈이다.

저자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비디오로 되감듯 선명하게 재생하고 있다. 생명과 가족의 가치가 변질되는 오늘날, 저자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성찰하게 함으로써 생명과 가족애라는 주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책은 딸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어령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개되는 개인의 일화가 거대한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적, 학술적 담론으로 이어지며 우리 현실을 담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어령뿐 아니라 딸 이민아와 부인 강인숙이 서로에게 써 보낸 편지모음, 이민아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실제 가족애의 생생한 실체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이미 세상에 없는 딸에게 특유의 비유와 아포리즘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딸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가운데 딸 이민아 목사가 투병 중에도 소외된 젊은이들과 함께 하길 추구했던 기적 같은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답을 찾아간다.

그는 고백한다. ‘딸을 잃고 난 뒤에야 고통 없이는 사랑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드디어 진정한 아버지 자격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아버지 이어령은 딸 이민아 목사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생명과 죽음, 그리고 온 세상을 이끌어가는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죽음이 결코 인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하는 위안의 책이다. (1만 5000원,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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