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지난 한 달 동안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모든 사회적 이슈를 삼켜버리고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초기에 보건복지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예측한 방향과 다르게 메르스의 발병 및 확산이 진행되고, 여기에 허술한 방역 대처와 이상증상을 숨기고 몰지각하게 행동하는 일부 시민들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파괴되고 불안감과 공포심이 만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안전한 공공장소마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어서 메르스 여파가 캠퍼스를 강타하고 있다. 교육부 차원에서 간호학과의 병원실습을 잠정 중단시켰고, 대학들은 교내 단체행사를 연기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지역사회의 심리적 불안감을 고려하여 사전예방 차원에서 휴강을 실시하였다. 메르스 여파가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 대학들은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면서 쉽게 휴강을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여름방학에 실시되는 계절학기와 외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연수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 개설을 고민해야할 상황이 되고 있다.

메르스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으로 인한 중증호흡기질환을 말한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견되었으며, 우리나라에 유입되기 전에도 25개국에서 1172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하여 47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감염환자의 약 97%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초기 단계에서 대처를 소홀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메르스에 대한 전파경로와 증상은 밝혀져 있는데도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메르스를 예방하는 하는 것이 최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대학들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메르스 예방을 위해서 각 대학들이 실천해야 할 내용을 몇 가지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본부 차원의 ‘메르스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보고체계와 업무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하여 모든 구성원들의 상황을 매일 파악한다. 둘째, 학교 홈페이지 및 SMS 등을 활용하여 모든 구성원들에게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상증상이 있을 경우에 행동요령을 알린다. 셋째, 기숙사와 도서관, 학생 식당 등 캠퍼스 전체에 대한 방역 및 소독을 강화한다. 넷째, 화장실의 세면대에 비누를 비치하여 손 씻기를 유도하고, 건물 입구마다 손 세정제를 비치한다. 다섯째, 기침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유도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몰랐던 신종 감염병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어떤 발표를 하더라도 신뢰성을 잃어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불안감과 공포감이라는 사회적 바이러스가 메르스 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대학은 기본 수칙을 준수하면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로부터 안전한 캠퍼스가 될 수 있도록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만이 최선일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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