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회장단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대학현안에 대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사총협은 이 건의문을 통해 정원감축을 목표로 한 대학구조개혁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구조개혁 방식을 지양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황 부총리는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의 문제를 진단,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학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평가이지 대학을 힘들게 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번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D, E그룹으로 지정된 대학들에 대해 전문 인력을 꾸려 대학별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컨설팅을 통해 대학 자체적으로 발전방향과 개선방안을 도출토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원감축도 꼭 의무사항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말 황 부총리의 발언과 교육부의 계획이 사실이라면 대학이 구조개혁평가결과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좌불안석해야할 이유가 없다. 평가결과 설령 D, E 등급을 받았더라도 교육부 지원 아래 컨설팅을 받아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황 부총리의 말과 교육부의 지원계획을 곧이곧대로 믿는 대학은 하나도 없다. 대학현장에서는 8월말 발표되는 2차 평가결과에서도 D, E등급이 되면 곧 정원감축 또는 정부재정지원제한을 받게 되고 국민들로부터는 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힌다고 알고 있다. 당초 1단계 평가결과 예비하위그룹에 속한 37개 대학의 명단을 밝히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낙인이 찍힐까봐’ 였다는 것도 다름아닌 교육부의 설명이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당초 예비하위그룹은 전체 평가대상 163개교 중 30%인 48개교였다고 한다. 그런데 비공식통보를 받은 대학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교육부는 마지못해 25%이하로 낮추었고 최종 명단을 확정해 지난 5일 통보한 대학은 37개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예비하위그룹에서 빠진 11개 대학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아슬아슬하게 예비하위그룹에 들어간 대학은 땅을 쳤다고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평가를 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신뢰한다면 오히려 어정쩡한 순위로 C등급에 분류되는 것보다 D, E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텐데 죽기 살기로 하위그룹을 탈출하려는 것은 황 부총리의 말이나 교육부의 계획이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1단계 평가결과에 이의신청을 신청한 대학이 예비하위그룹 37개교중 70%가 넘는 25개교에 이른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요즘 대학현장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얘기는 황 부총리는 정치인이라 곧 떠날 것이기 때문에 황 부총리가 대학에 대해 하는 약속은 믿을 것이 못되고, 실제 행정은 교육부 실무 관리들의 권한이니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발전을 위해 차라리 교육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교육부 무용론도 나온다. 황 부총리 본인도 사석에서 지금 같은 권위적인 교육부는 차라리 없애는 게 났다며 교육부 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인수위에서 검토되었던 것이 교육부 무용론이었다. 교육부를 없애고 가칭 ‘고등교육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고 정권이 바뀌어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결국 교육부는 교육인적자원부, 교욱과학기술부, 교육부 등 다양한 명칭으로 슈퍼 갑질 부서로서 존치하고 있다.

한 대학총장은 교육부가 존치한다면 교육부는 미래 고등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만 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감독기능과 규제기능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비리, 분규 등에 대해서만 관리감독을 하고 대학 자체적으로 구조개혁과 발전방안을 도출하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총장은 다른 대학총장들과는 달리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할만하다. 재미있다”며 “해보고 싶은 것, 구현해보고 싶은 것, 구성원들과 힘 합쳐 해보니 효과도 있고, 힘이 절로 난다“고 했다. 그 대학은 이번 평가에서 예비하위그룹에는 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 평가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자기 대학이 갈 길을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개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부가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대학발전은 요원하다.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 두고 우리가 뭘 하겠다 그러면 타당성 검토해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이나 잘 해주면 좋겠다” 대학총장들이 바라는 황 부총리와 교육부의 대학 지원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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