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희 글, 김희경 그림 '시리우스에서 온 아이'

“힘들지? 그래도 당당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아픈 기억은 잊고 싶다고 잊히는 게 아니거든.” (171쪽)

비밀을 간직한 두 소년이 우주악당과 그림자 괴물의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가슴 깊숙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아픔까지 서로 보듬는다.

매일 밤 꿈 속에서 그림자 괴물에게 쫓기는 아이 시훈, 평소처럼 악몽에 시달리다가 잠이 깬 시훈의 눈앞에 믿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캄캄한 밤하늘에 번적하는 빛을 내뿌고 사라진 그것을 틀림없는 UFO!.

하지만 엄마와 누나,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은 누구 하나 시훈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고 놀리기 바쁘다. 답답해 속상해 하던 시훈에게 노란 우비의 외계인 소년 시몬이 나타나는데. 겁쟁이 소년 시훈과 시리우스에서 온 외계인 소년 시몬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자기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친구가 됐다. 둘이 함께라면 우주악당도 그림자 괴물도 모두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두 소년은 악당들로부터 벗어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바로 그 순간 그림자 괴물이 아빠로 바뀌었다. 더 이상 아빠가 무섭지 않았다. 두렵지도 않았다. 나는 울고 있는 아빠를 가만히 안았다. 그러자 아빠가 아이처럼 흐느끼며 울었다. 나는 그런 아빠를 힘주어 더 꼭 끌어안았다.(190쪽)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둘르는 시몬의 아버지, 이혼 후 홀로 키우게 된 아딜이 엄마를 찾을 때마다 폭력을 취두르는 또 한 명의 아버지. 이들은 자식에서 어떤 존재로 비춰질까. 또 이들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줘야 할까.

어른보다 먼저 용기를 내고, 어른을 먼저 용서한 어린 소년 시훈의 모습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보라는 시훈의 외침은 시몬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가 돼 줄 것이다.(북멘토,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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