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산학협력으로 차별화 이끌어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서강대가 달라졌다.  서강대는 인문학에 강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산학협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굵직한 성과들을 이뤄내고 있다.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신규 선정대학으로 진입하는가 하면, 창의적 자산실용화사업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강대의 변화에는 이 대학 최초의 이공계 총장인 유기풍 총장이 있다. ‘산학협력 전도사’라 불리는 유 총장은 대학의 재정적 독립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산학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유 총장은 “서강대는 현재 산학협력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성과를 내고 있다. 산학협력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의 산학협력실적 역시 대폭 늘었다. 인문사회계열 교수 중 산학협력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교수도 나왔다”고 말했다.

서강대가 주력하고 있는 산학협력은 ‘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산학협력’ 이다. 유 총장은 “서강대의 산학협력은 이공계 중심에서 탈피했다. 인문사회계열의 산학협력을 통해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당시 ‘Sogang Pride: 합의(合議)와 실천(實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취임 3년차, '서강 프라이드'는 어떠한가.

“원래 서강대는 예수회 신부님들의 선진 교육을 토대로 설립돼, 대학교육에 있어서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물론 이를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학풍이었지만, 내실있는 역량은 서강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던 서강이 이제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있다. 이미 서강대 설립의 모태인 예수회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 서강대 출신의 여성 대통령의 등장 뿐 아니라, 사회 각지에 동문들이 활약하지 않는 곳이 없다. 단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간에 축적되었던 서강대의 역량이 이제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강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합의, 그리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 그 두가지를 조화롭게 발현해 가는 것이 진정한 서강의 프라이드일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서강대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취임 후 250억 원 펀드메이킹에 성공, 베르크만스 우정원 착공 등 혁신적인 행보를 보였다. 추진 중인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취임 초부터 남양주 캠퍼스 설립을 추진해 왔다. 아직 준비단계이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남양주캠퍼스에서는 종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드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지금은 이를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단계에 있다.”

-서강대 창업보육센터가 2012년부터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서강대 창업보육센터는 최우수 등급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의 창업맞춤형사업화 지원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총 30억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 개설한 서강대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창업교육센터 역시 눈여겨볼만한 성과다. 대학에서 창업을 장려하지만 학생 창업공간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서강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일게이트와 함께 오렌지팜 창업교육센터를 개설했다. 아마 신촌 지역 창업 교육 및 창업 보육센터의 거점이 될 것이다. 이 교육센터는 창업교육 및 창업동아리 등의 대학 간 교류를 장려하고, 또 창업문화 확산에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학부 교육도 새롭게 변화시켰다.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Start-Up)연계전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개발 프로젝트에서 투자까지 다양한 모의 창업 경험을 하고, 비즈니스모델을 실현화 하는 장비 지원까지 받게 된다. 또, 이미 내공이 상당한 서강 동문 CEO들이 1대1 멘토링까지 해 준비된 창업인재를 육성한다.”

- 총장께선 '산학(産學) 협력 전도사'로 통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해 차별화된 서강대의 산학협력 성과와 차별점이 있다면.

“처음 총장이 되었을 때는 교수님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나 기술 등의 이전에 무게를 두고 산학협력을 진행했고, 전국 최고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사회와 대학이 직면한 위기와, 대학의 사회적 책무 등을 고려할 때 무언가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서강대는 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진로다. 인문사회계열이 산학협력의 중심이 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서강대에서 산업체라는 게 단지, 굴뚝산업이나 공장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진출하는 모든 진로를 산업분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게 바로 인문사회계열의 산학협력이다. 산학중점교수라고 해서, 기업에 계시던 분들을 교수님으로 모셔 기업이 원하는 인재, 그리고 현재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 앞으로 필요한 지식 등을 전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우리 서강이 가진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글로벌화가 대학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 대학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서울지역 총장협의회에서 한국대학의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융합교육, 인성교육, 맞춤형 교육, 그리고 정부와 기관의 각종 평가에 대비한 투자, 그런데 정원 감축과 반값등록금, 세법개정으로 인한 기부의 감소까지. 더 제한된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해야 될 것은 끊임없이 늘어나는데 재정압박은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MOOC처럼 앞으로 해외 대학의 국내 진출은 확대될 것이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부상으로 학령인구 및 국내 학생 유출에 이어서 유학생의 감소 또한 무시 못할 일이다.
 
물론 이런 위기를 야기한 데에는 대학 자체의 문제도 있다. 과거의 대학은 변화를 선도해 왔는데, 이제는 뿌리박힌 보수적, 폐쇄적 구조로 인해 오히려 사회변화에 뒤쳐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대학은 변화해야 한다.우선 재정적인 구조부터 개선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대학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학의 가치를 지키면서 변화해 가기 위해서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과거 대학의 재정수입은 등록금에 크게 의존했는데, 지금 그래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우수교원을 충원하고, 학생장학금을 확대하고, 끊임없이 설비를 확충해야 하는데 재정수입은 계속 감소한다. 이 때문에 총장으로 취임해서 재정 구조부터 개혁해야겠다 싶었다. 우선 발로 뛰었다. 모금 활동에 손을 걷어부쳤고 그 결과 상당한 수준의 펀드레이징을 이루어냈다.

대학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펀드 메이킹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스탠포드대학은 재정의 30~40%를 교수 연구 결과와 산학협력 라이선스로 충당하고 있다. 서강대도 교수들의 연구역량을 키워 연구비를 많이 수주하고 또한 연구·개발을 통한 산학협력으로 특허와 라이선스를 따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도 수많은 연구 성과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하버드대와의 공동연구 등 대형 연구과제를 통한 성과가 많은 결실을 내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화의 기본은 소통이다. 그간 SNS나 간담회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했다.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끊임없는 선택과 변화의 시기에 도달한 지금, 우리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동문, 교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서강에는 이를 달성할 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 취임당시 내건 캐치 프라이즈가 바로 ‘서강프라이드 합의와 실천’ 이다. 앞으로도 구성원의 의견을 가감 없이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강의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유기풍 총장은…
1952년생. 고려대 화학공학를 졸업, 코네티컷 대학에서 화학공학과 석·박사 학위를받았다. 1984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처장, 기획처장, 서강미래기술원 원장, 산학부총장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 △아시아초임계유체학회 초대회장 △한국화학공학회 술어제정위원회 위원장 △한국화학공학회 분리기술부문위원회 위원장 △한국화학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NAEK) 정회원 △한국국비유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국비유학한림원 정회원 △한국초임계유체학회 초대회장이다. 2013년 3월 서강대 제 1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신나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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