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취재 중 만난 한 청년 관련 단체 관계자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청년 원룸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이후 여러 곳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원룸 등 주거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대체로 40~50만원에 육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이 금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주거비를 모두 부담하기 어려워 대학생들은 부모에게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들에게 "좀 더 실효성있는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비판과 "도대체 왜 이런 청년 정책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 관계자는 “여러 언론사 기자와 단체에서 따지듯 물어왔다. 원룸 임대료는 50만원에서 60만원 정도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세라며, 청년들이 왜 이 금액이 비싸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 정책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청년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청년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등 지자체에서도 청년위원회나 청년 의회 등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요원한 실정이다. 그저 캠페인 수준에 머무르는 현실이다.

청년정책은 공감대 형성부터도 쉽지 않다. 모두가 고된 삶을 산다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뿌리 깊은 명제는, 청년들의 열정페이 문제를 ‘사회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이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치환한다. 한국 사회의 높은 부동산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고통받는데 왜 청년세대에게만 원룸 임대료 부담을 낮춰줘야 하느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청년들의 삶이 가장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인 11.1%를 기록했다. 고용이 어려우니 ‘고용 비슷한’ 일자리만 늘어난다. 인턴과 수습, 계약직, 알바 등 임시 일자리에서는 최저시급도 보장받지 못한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의 청년 열정페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시급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했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2.4%에 달했다. 사회에 발도 들여놓기 전에 청년들은 등록금과 주거비 부담, 열정페이와 높은 실업률에 얽매인다. 모두가 고되다지만, 고통은 동등하지 않다. 

청년 정책이 공감대를 얻으려면 모든 세대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생 등록금과 주거비 부담은 결국 부모인 기성세대에게도 부담이다. 최저시급 5580원으로는 학업을 미루고 한 달 내내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건 116만원이다. 원룸 임대료 60만원은 다른 세대들과 동등하게 청년들에게도 무겁다. 청년 정책이 모든 세대의 삶을 한 단계 더 나은 곳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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