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등급으로는 도저히 수도권은 고사하고 지방 웬만한 규모의 대학도 못가는 학생들을 모아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정말 정성으로 지도해 취업시킨 보람을 아십니까? 그 학부형들이 목욕탕에서 만나 벌거벗은 몸으로 총장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악수를 청할 때, 그 기쁨과 감동을 느껴보셨습니까? 만약에 등급이 모자란다고, 지방에 살고 있다고 이 학생들을 안 챙기고 방치했다면 이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교육당국도 버리고 학교도 버리고 전부다 나 몰라라 하면, 우리 국민이자 귀중한 인적자산인 이 학생들보고 어디서 무엇을 하라는 말입니까?”

이번 대학구조개혁 1단계 평가에서 예비하위그룹으로 분류된 한 지방 소규모 대학 총장의 절규에 가까운 하소연은 1시간 이상 계속됐다.

이번 구조개혁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치러졌는데 정량평가는 거의 변별력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정성평가에서 차이가 났다는데 학생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보고서를 얼마나 정성들여 썼나를 평가하는 것이 정성평가입니까? 평가보고서를 50쪽으로 하라 해서 100쪽 이상 보고서를 50쪽에 맞추느라 일주일 이상 고생했는데 타 대학보고서는 모두 100쪽이 넘었으니 정성이 부족하다 하면 어떡합니까? 학생면담을 얼마나 했나 등이 평가기준이었는데 거의 매일 실시한 면담기록을 작성 안했다고 정성이 부족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의 하소연은 계속된다.

황우여 부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대학교육이 취업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방의 대학들은 연구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학생들 취업이 우선입니다. 모든 학사행정의 초점을 취업에 맞추고 중소기업이라도 취업시키기 위해 토익 300점짜리 학생들을 밤잠 안 재우고 교육시켜 750점 수준으로 만듭니다. 사관학교처럼 기숙사에서 점호도 하고 매일매일 쪽지시험도 치면서 교수와 학생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그 결과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지역내 중견기업에 취업시킵니다. 솔직히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지방 소재 기업에 취업이나 하려합니까? 그러면 지역경제가 무너지지 않습니까우리 같은 지역 군소대학들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지역 산업인력을 양성해 공급하고 있는 겁니다. 교육당국이 지역 소규모 대학이 이런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겁니까? 솔직히 서울이나 지방의 대규모 대학들도 지방 소규모 대학의 이러한 현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주신 적 있습니까? 지방대학은 허구한 날 징징거린다는 시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 연구역량도 평가했습니다. 우리 같은 대학은 연구역량에서는 당연히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평가에서는 하위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 학교의 평판을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알아보니 취업에 관한 한 학교가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고 같은 점수대면 그 학교를 가는 것도 좋다는 평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이 그런 평가를 하는데 정작 교육당국의 평가에서는 하위등급대학으로 분류되니 그 대학총장은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다며 볼멘소리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만 정성을 들였지 평가보고서에 좀 더 정성을 들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하소연할 때가 없어 푸념했습니다라며 말을 끝냈다.

지난 24~25일 양일간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황부총리는 또 한 번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제재수단이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교육부에서 발표한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에 따르면 산업수요에 맞춘 취업위주의 교육을 하는 대학에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일선 대학현장에서는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목적은 정원감축이고 만약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정부재정지원제한으로 대학을 옭아매기 위해 시행됐다고 보고 있다.

모쪼록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단순히 정원감축이라는 눈앞에 보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대학의 문제와 상황을 진단해, 지원해 줄 대학은 지원해주고 문제를 개선시킬 대학은 개선시키는 성공한 정책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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