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대학발전 비전 2025' 발표…"계속 의견수렴하겠다"

[경주=한국대학신문 이연희·정윤희 기자]2025년까지 20개 대학을 세계 200위권의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해 경쟁력을 높이고, 자발적인 통폐합과 정원조정을 기반한 재구조화과 역할분담을 통해 교육생태계를 구축하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부구욱, 대교협)의 ‘대학발전 비전 2025’ 에 대해 대학 총장들은 의구심과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교협의 ‘대학발전 10개년 계획’ 태스크포스팀에 연구자로 참여한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는 2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2015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이 안의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영산대 총장)이 26일 오전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대학발전 비전 2025'의 취지와 전망을 밝히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대교협 “설립유형·기능별 특성화 통한 재구조화 필요”=이 비전안은 국립대와 사립대를 10개교씩 평가 선정해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특화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 대학은 학부정원과 대학원 정원을 1대1 수준으로 조정해 대학원 교육과 투자에 집중하고, 다른 교육·지역중심 대학들은 별도의 정원조정 없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산업인력 양성 학부교육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국립대는 ‘독자적 특성화 대학’과 ‘통합발전형 대학’ 유형으로 구분해 대학의 규모를 키워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사립대는 예외적으로 등록금 책정 제한을 없애 자율적인 대학운영을 보장하도록 했다.

선정된 20개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에 대해선 △국가 R&D 예산 확보 △해외 재원 활용 △해외 유학생 유치 지원 등 세계 200위권 대학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특히 교육부나 국회 등과의 논의를 통해 글로벌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한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등록금 상한제 적용 예외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대교협이 지난 4월 부구욱 회장 취임과 함께 비전을 수립해왔다. 부 회장은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 위상에 걸맞은 대학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재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경쟁체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안을 구상했다.

대교협은 2025년까지 3단계로 나눠 추진전략을 세웠다. 우선 1단계(2016~2017년)로 △대학발전 법제화 및 지원방안 마련 △대학 참여 신청 및 선정 △교육-지역대학 발전 및 지원계획 마련 등 여건 조성(Incubating)에 집중한다. 2단계(2018년부터 2023년)에서는 △대학별 계획 실행 및 진행 상황 점검 △대학 유학생 유치 및 해외 진출 지원 확대 △국내외 R&D 기관과 대학간 연계 및 지원 강화 △교육·지역대학 발전계획 실행을, 마지막으로 3단계(2024~2025년)에서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 완성 △우수 유학생 유치 확대와 교육서비스 수지 적자 해소 △교육·지역중심대학 발전 강화로 마무리 된다.

■‘일부 대학만 혜택 부적절’ ‘실현 가능성 없다’ 지적 이어져= 이번 비전안에 대해 일부 총장들은 의구심과 우려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우선 글로벌 연구중심대학 20개 선정 기준에 대학의 분야별 특성화가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광식 고신대 총장은 “국립대 10개, 사립대 10개를 대학 전반평가를 통해 선정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각 대학별로 특성화 해온 분야를 글로벌 연구중심대학 선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수혜자 우대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상위 20개를 미리 정해놓고 이들 대학에 지원해 주는 것은 합리적 대학 생태계에 맞지 않다”면서 “지역이라면 거점대학이, 사립대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 이러한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 합리적인 경쟁 생태계를 만들어 주기 위해 ‘최소수혜자 우대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을 ‘20개’로 한정한 것에 대해선 기타 다른 대학들의 진출 가능성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오직 국립대 10개, 사립대 10개 등 숫자의 한정은 연구중심대학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생겨나는 가능성도 단절시킨다”며 “지역에서도 큰 규모의 사립대학들은 연구중심대학을 통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된 대학들에 대한 학부 정원 감축 이행의무 또는 등록금 자율화 예외 적용 등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진영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은 “선정된 대학이 앞으로 취할 ‘학부정원 줄이고, 등록금 규제 없애고, 대학원 정원 늘리는’ 행위에 대해 어느 대학도 현재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 같다. 선정된 대학들에게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구욱 대교협 회장은 “이번 비전은 미래 세대에 대한 생존 보장과 정부 주도 대학구조개혁 국면에서 대학의 상생 차원, 국가균형발전의 의의가 있다”며 추후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총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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