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다시 생각해보는 고등교육 국제경쟁력, 빨간 장미의 비밀
[시론]다시 생각해보는 고등교육 국제경쟁력, 빨간 장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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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원(본지 논설위원/인제대 교수/한국대학평가원장)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이제 우리나라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과 도약의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가늠하는 국제화 지수로 외국인 교수 수, 영어강의 강좌 수, 외국인 유학생 수, 국제학술대회 참여 횟수, SCI논문 게재 실적 등을 활용하여 평가하는 정도라면 이제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단기적인 처방으로서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략 수립과 대학의 질 보장체제 구축, 학위인정기구(유럽의 NIC 등) 설치 등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보다 근원적이면서 진정한 고등교육국제화의 마스터플랜을 생각해보며 역사 속의 교훈 하나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빨간 장미를, 거절하면 하얀 장미를 들고 있겠습니다.” 이 장면은 1913년 7월 11일 양자가설을 최초로 제안한 막스플랑크와 그의 동료 네른스트가 스위스 취리히로 직접 찾아가 아인슈타인에게 프로이센과학원 회원, 물리학연구소 소장, 베를린 대학 교수직 제안을 하며 초빙 요청을 한 것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수락 장면이다. 아인슈타인의 이 빨간 장미의 로맨틱한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높여야 할 것인가를 핵심적으로 시사해주는 몇 가지 중요한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로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초빙할 수 있는 대학의 학문적 기반이 갖추어져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인프라를 갖추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막스플랑크는 무명이었던 젊은 아인슈타인을 초빙교수로 모셔가고자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료와 함께 스위스까지 직접 찾아갔다.

둘째로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으로 모여들게 하려면 국가시스템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인종과 관계없는 우수한 인재들이 물 흐르듯이 모여 학문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언어적 장벽이 해소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장기적 차원이기는 하지만, 진정 글로벌한 국제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어릴 때부터 모국어인 한국어와 함께 최소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조기학습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언어장벽의 철폐는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보여준 스위스와 네덜란드에서 그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이들 나라는 모두 우리나라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작지만 강한 나라들이다. 학문적 성과를 통한 국제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공감대 속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할 국가차원의 장기적 전략 과제임을 말해 준다.

셋째로 충분한 재정 없이 글로벌 환경이 조성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경쟁력 수준은 대학에서 투자할 교육과 연구를 위한 재정규모와 전적으로 비례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립대학이 주류를 이루는 국가에서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아 이 등록금만으로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고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그 한계가 명백하다. 교육과 연구기금이 각 요로로부터 확충될 수 있는 기반을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하고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이나 일생을 통해 벌어 둔 돈을 아깝지 않게 국민교육을 위해 써 달라고 기꺼이 기부하는 문화와 풍토의 정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우수인력이 자유롭게 찾아들고 또한 초빙할 수 있는 개방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서의 국가시스템과 대학의 학문적 풍토,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과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재정확충의 국민문화를 활성화하고, 어릴 적부터 외국어를 자유롭게 통용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을 조성해주는 노력이 절실함을 아인슈타인의 빨간 장미는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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