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의 엮음, 지만지한국문학평론선집 시리즈 <김지하 평론선집>

전통 민예의 잠재성과 의미를 다룬 김지하의 문예 미학론은 날카로웠다.

‘흰’과 ‘그늘’은 본시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다. 드러난 질서는 상극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의 질서는 상호 의존 관계를 지니고 있다. ‘불연기연(不然基緣), 아니다 그렇다’. 그는 이 역설의 논리를 이중적 교호 작용과 연속성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드러난 차원 아래 숨은 차원이 차원의 해제기에 스스로 드러난 차원으로 가시화되는 것이다. 이때 드러난 차원은 ‘아니다’이고 숨은 차원은 ‘그렇다’이다.

김지하는 이중적 교호 작용의 역설적 원리는 생명 생성론의 다각적 국면에 적용된다며 “모든 생명, 모든 물질, 모든 의식은 먼저 전체 군집에서 발생하며, 그 이후에 서서히 개별성을 찾아 개별화하고 특수화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별화 과정을 통한 진화는 비단 생명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김지하는 ‘흰 그늘의 미학’으로 한민족 생명 문화의 원류를 다채롭게 추적하는 한편, 전 지구적이고 보편적인 미래 문화의 비전을 읽어 내고자 시도했다.

그의 원리는 생명의 생성 및 진화의 원리이자 생명 문화 양식의 구성 원리다. ‘생명과 평화의 길’의 과정이요 오늘날 한류로 대표되고 있는 ‘지역화(Globalization)’라는 흐름을 앞서 읽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문화산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민족 가치에서 범지구적 가치를 이끌어내는 통찰에 이르는 과정을 명쾌하게 짚어줄 것이다.

전 50권으로  나온 '지만지한국문학평론선집' 중 한 권으로 평론선집은 한국 문학평론 100년을 정리하는 의미를 안고 있다. 그 안엔 한국 문학의 대표 평론가 50명의 명문들을 담아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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