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선도대학 중 최초로 1학과 1창업 특성화 프로그램 추진

‘아시아 중심대학’ 표방, 호남 첫 유학생 전용 기숙사 착공
철학하는 총장 “대학평가, 통제 아닌 지원에 초점 맞춰야”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문송(문과여서 죄송)’한 시대, 대학도 기업인, 경영전공 출신 총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런 때 ‘철학자’ 총장은 전국 대학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가 되고 말았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사라지는 시대에, 철학자인 김도종 원광대 총장의 대학 개혁은 알게 모르게 철학의 유용성을 판가름하는 실험대가 되고 있다.

김 총장은 대학 정책에서 시대 흐름을 꿰는 철학적 통찰을 강조했다. 그는 현 시대를 ‘문화자본주의 시대’라고 명명하며, 개인주의와 물질적·정신적 욕구의 융합이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시대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대기업 중심의 구직이 주축이 되진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개인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욕구가 등장하는 만큼 대학도 발맞춰 새로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탕에서 원광대는 창업선도대학 중 최초로 1학과 1창업 특성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전 학과가 창업학교 프로그램을 이수해 원광대 학생은 누구나 창업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도종 총장은 “대학은 시대정신이다”며 대학에 진정한 인문학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12월 취임해 약 반년이 지났다. 취임 당시 ‘기 살리는 대학’을 약속했다. 어떤가.
“기가 살아난 거 같다. 기를 살린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살려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상상력과 새로운 비전, 그리고 실천적 힘을 담보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해보자는 취지다.”

- 최근 KTX호남선 개통으로 서울에서 1시간 20분만에 익산에 닿는다. 시너지 효과 있나.
“얼마 전 KTX호남선 개통과 관련된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 카피가 ‘서울에서 통학할 수 있는 학교’다. 실제 호남선 개통 전에도 우리대학 학생 중 서울에서 기차로 통학하던 학생도 있었다. 서울에서 통학 가능하다는 것을 홍보하고, 수도권 학생 모집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 아시아 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추진 현황은.
“총장에 취임하며 내건 정책 중 유학생 3000명 유치 계획이 있다. 대학 정원이 줄어드는데 아시아 학생들을 유치해 아시아 중심대학을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우리대학은 중국의 대학들과 꾸준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전임 총장 시절 중국문제 특성화로 다른 대학보다 중국 대학과 관계망이 잘 형성돼 있다. 현재 호남권 최초 외국인 유학생 전용기숙사를 마련하는 등 학생 교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하반기부터 전 학과에 무크(MOOC)를 1강좌 이상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식 시스템의 편입이 아니라 원광무크(W-MOOC)를 만들 계획이다. 해외 유학생이나 수도권 학생 유치에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 최근 1학과 1창업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자 총장이 창업을 강조한 것이 특이하다. 
“대학들이 취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지역은 인프라가 저조하기 때문에 결국 취업 자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히 구직(求職)에서 창직(創職)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할 때라 생각했다. 1학과 1창업은 총장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인데 여기에는 사실 철학적인 이유도 있다. 철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시대를 문화자본주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우리가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진입을 했는데 이 시대의 특징이라 한다면 개인중심주의, 물질적·정신적 욕구의 융합으로 들 수 있다. 개인적인 소비를 중심으로 생산체제가 바뀌어 가는 것이다. 시대 패러다임도 대기업 중심에서 소기업 중심으로 옮겨간다. 여기에 맞춰 대학도 이제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인원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창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1학과 1창업 특성화, 얼마나 진행됐나.
“아직 한 학기가 지나 학과기업이 탄생하진 않았다. 13개 학과가 창업 아이템을 선정했다. 나머지 학과들도 올 하반기에는 아이템이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교내 창업지원단에서는 책임 멘토 상시 지원과 벤처창업경진대회 참여를 비롯해 1학과 1창업 워크숍, 자체 경진대회 개최, 지식재산권 출원 지원 등 모의 창업 시뮬레이션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향후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 사업화 등 실전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우수 창업자를 키워낼 계획이다. 창업 관련 과정을 만들어 전교생이 관련 과정을 모두 이수하도록 만들려 한다. 이런 특성화를 통해 졸업생이 전북도내 혹은 새만금에서 창업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결국 도내 인구증가와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월급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개념으로, 대학의 개념을 바꾸려 한다.”

- 원광대는 의·생명 특성화대학이다. 의·생명 분야에도 창업이 진행되나.
“우리 대학은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한약학, 간호학이 모두 있고 특성화돼 있다. 한강 이남에서 이 학과를 모두 갖춘 것은 우리대학 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최근 의학계도 위기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의학계열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부분 동네병원을 차렸다. 지금은 이게 포화상태다. 우리대학은 의치학계열 학생들에게도 창업학교를 이수토록 하려고 한다. 동네병원 뿐 아니라 관련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 한다.”

- 최근 대학 평가가 상시화 되면서 대학들의 피로감이 크다.
“지금 이 시대에는 다원주의 시대다. 다원주의가 시대의 보편적인 정신이 됐다. 그런데 그간 교육을 포함한 모든 정책이 17~18세기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학들을 한 줄로 줄 세우기 한 것도 그런 것이다. 이제 대학 정책은 다원주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대학의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철저하게 감독하는 한편 학생입학 등의 문제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원도 정부가 강제로 줄이게 할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따라 놔두면 정원 못 챙기는 학교는 어차피 유지 못한다. 정부는 대학의 무엇을 제한하고 무엇을 삭감할 지 생각하기 전에, 대학에 무엇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현재는 지원사업이라는 것이 죄다 평가다. 대학이 끊임없는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찾을 수 없다.“

- 평가가 대학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지금은 특성화도 몇 개 선택지를 갖고 대학에게 선택을 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지역의 경우 도지사가 바뀌면 역점사업도 바뀌어 버린다. 지역 역점사업이 신재생에너지였다가 도지사가 바뀌면 역점사업에서 제외돼 버리는 식이다. 그럼 폐지해야 하나. 정부가 일관성이 없으면 대학이 맞춰가기 힘들다. 대학이 자체적인 평가에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특성화를 선택했다면 대학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맞다. 대학은 하나의 시대정신을 생산하고 소위 하나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중심기관이 돼야 하지 않겠나. 역사적으로 그랬고 앞으로도 대학은 그렇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정책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해선 안된다고 본다.“

- 각종 평가로 대학에서 인문학이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에서의 인문학은 넘쳐난다. 지금도 몇몇 유명 인문학 강사들의 몸값은 엄청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교육의 장에서 인문학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평가와 더불어 인문학을 고전 이해하는 독서쯤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그릇된 풍토가 인문학의 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 물론 고전독서가 인문학을 이해하는 데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자체가 인문학은 아니다. 인문학이란 시대의 사람을 연구하고 인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고전독서는 그 시대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는 그 당시와는 다르다. 이 시대를 바르게 접근하기 위해서 꼭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후마니타스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학교에서 지정한 도서를 읽고 독서시험과 독서논술, 독서토론, 독서 퀴즈 등을 진행해 수상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7회에 걸쳐 1768명에게 총 18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교양강좌로 ‘글로벌 인문학’을 지난 2012년 1학기부터 진행하고 있다. 매 학기 철학, 역사, 사회, 정치, 문학, 예술, 문화, 종교, 자연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인문학적 주제를 설정하고, 국내외 석학과 저명교수, 최고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무료 개방해 열린강좌로 꾸리고 있다. 특히 올해 1학기 강좌는 EBS에서 녹화방영되기도 했다“

▲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이 김도종 총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도종 총장은…
1953년생.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동양철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원광대 철학과 교수로 취임해 교수협의회 부회장, 신문 방송사 주간, 인문대학장, 인문학 연구소장, 도덕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범한철학회와 대한철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세계철학자 대회의 조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철학적 실천에 관심을 갖고 1980년대 교수 민주화 운동에 참여키도 했다. ‘자본주의 철학과 금융정의’ ‘문화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생산’ ‘경계허물기와 융합의 철학적 원리와 방법’등의 논문과 ‘환경과 철학’ ‘문화철학의 기본개념’ ‘현대 이데올로기론’ 등 저서를 펴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정리 = 송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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