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순간의 선택으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문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인문계열 취업준비생은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털어놨다. 취업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이제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아무 곳에라도 적을 두고 싶다며고 좌절했다. 

올해 상반기 실업률은 1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 1년간 취업경험 없는 대졸 실업자는 7만 6000명으로 1년 새 두 배나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지라 위급해진 정부가 지난달 24일 교육부,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범부처 ‘인문계 전공자 취업촉진 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정부는 인문계열 전공 학생들이 복수전공·부전공으로 이공계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학이 진로지도 관련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산업수요에 맞는 정원 조정을 유도하면서 각 대학들의 관심은 온통 취업률에 쏠린 지 오래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달 25일 ‘1999년 대비 2014년 대학 계열별 학과 수 및 입학정원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5년간 대학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11%감소한 반면 의약계열은 2배 이상 급증했다. 대학들은 이미 인문·어문학과는 줄이고 경영학과, 의약계열  실용학과 정원은 늘리는 등 취업률에 따라 움직여왔다.

게다가 인문계 학생들도 SW교육, 빅데이터 등에 관심을 갖고 나서고 있다.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몇몇 대학 인문계열 학생들은 부전공·복수전공 이수를 위해 공대로 향한다. 대학에서도 인문계열 학생들을 위한 진로지도, 직업 매칭 등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간 그래왔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해당 전공자가 아니면 지원 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이 현재 청년 취업시장의 현실이다. 인문계열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전공무관 영업직, 기획·마케팅·홍보 등에 국한된다. 해당 분야마저도 매년 자리가 줄거나 수시채용, 계약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모 대학 학생취업 관련 센터장은 “이번 대안이 이미 대학들이 하고 있던 것들이라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기업들이 인문계 학생들을 뽑지 않으면 이런 노력은 실효가 없다. 기업이 인문계열 학생을 뽑지 않는데 진로 분석을 하고 이공계 수업을 이수해도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털어놨다.

정부와 대학, 학생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업이 뽑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인문계 학생들이 공대전공 이수하면서까지 취업준비를 했음에도 취업이 안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인문계 학생들, 더욱 좌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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