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범위 명확히 제시하고 비정규교수 처우개선까지 고민해야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대립양상을 보여온 관련 교수 강사 단체들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시간강사법 시행을 통해 비정규교수의 불안한 처우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원 대상인 강사의 범위를 명확히 해 구체적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시행예정인 시간강사법은 고등교육법 제14조2(강사) 조항 신설이 주 내용이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강사는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으로 임용한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또한 강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등을 적용할 때는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 또한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고 있는 강사에게 재임용 기회를 제공하고 4대 보험을 보장하는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비정규교수노조와 강사노조 등 시간강사 관련단체에서는 계약기간과 연금법 등에서 강사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문제로 삼는다. 1년 간의 짧은 계약기간으로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질뿐더러 연금 등 생활 보장 지원책에서는 배제된다는 점에서다.

또한 강사의 범위로 강의담당시수가 9시간으로 규정된 조항은 6시간 이하의 강의를 담당하며 여러 대학을 전전하는 강사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기도 했다. 9시간 이상 강의담당 강사들을 대폭 해고하고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 비정규교수 증가 막고 큰 폭 지원 늘려야= 강사 및 교수 관련 단체에서는 시간강사 문제의 원인을 계약임용제로 꼽는다. 따라서 강사법 뿐만아니라 단기계약과 저임금으로 교원을 임용하는 체제가 바뀌어야 시간강사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4년 현재 고등교육기관의 교원은 전임 8만8163명, 비전임 14만808명이다. 비전임교원에는 여러 대학을 다니며 강의하는 강사도 중복 산정돼 사실상 강사와 비전임교원 간 구분은 돼있지 않다. 교육부는 2011년 ‘특정학기에 박사학위를 소지한 45세 미만의 전업 시간강사’로 규정해 이 정의에 따라 시간강사를 2011년 기준 1만5291명으로 봤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시간강사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비롯한 계약임용제가 대학가에 만연한 것”이라며 “첫 계약은 2년 이상, 두 번째 계약부터는 4년으로 고정해 교원 신분 보장에 대한 전반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강사법의 대안으로 ‘연구강의교수제’를 제시한다. 법정 전임교원이 아닌 모든 형태의 비전임교원을 하나로 묶어 ‘연구강의교수’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임용과 재임용, 보수 등을 규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대학 평가에서 법정 전임교원확보율에 정년트랙 전임교원만 포함시켜야 하며, 이들을 100% 확보하도록 법으로서 명시하자고 주장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확산을 막는 것이 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정책위원장은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를 기본급과 수당으로 구분하고 기본급은 국가가, 수당은 대학이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수의 수준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학문후속세대 지원 차원 강사 지원 필요= 일각에서는 강사를 학문후속세대로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전임교원과 강사를 구분하고, 강사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지난 2월 발간한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제도 운영에 관한 국제비교보고서’는 시간강사 문제 해결 방안으로 △ 학문후속세대 강사에게 일정기간과 시간 동안 강의 배정 △ 고등교육법의 강사를 학문후속세대로 한정지어 개념화 △ 강사에게 정부지원 연구 책임자 응모 기회 부여 △ 박사과정 중 대학원생은 기존대로 시간강사 활용 △ 학문후속세대의 정부 재정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교수 임용후보자들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의 경우 석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강의교수로 학문적 경력을 쌓도록 한다. 이들은 교수자격 논문이 통과된 후 전임교원으로 대부분 흡수되며 학과의 필요에 의해 제한된 영역에서만 활용된다.

박용열 전국대학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장은 “외국의 경우 강사제도는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예비교수들을 위한 강의 실습제도로 활용한다. 본래 취지에 맞게 강사를 학문후속세대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학문후속세대 지원책을 마련하려면 학문후속세대에 속하는 이들을 규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애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홍성학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교수 인력을 관리하는 국가교수제도 한 방안이다. 교수 인력 풀로서 국가가 관리하되 사립대학에서 강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주명 한신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시간강사 문제는 단기적이고 기능적인 연구자들만 대학에 남는 위기상황과 맥이 닿아있다. 정부 차원의 학문정책이 부재한 것이 현재의 시간강사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연구강의교수제를 포함한 시간강사 대책들은 대학 교육 질 향상차원에서 학문 정책으로서 실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사법 개정 논의는 여전히 멈춰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이후 일정도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워낙 관련 단체 간 이견이 커 국회 차원에서도 부담이 크다. 관련 단체 차원에서의 대안마련 후에나 국회 차원에서도 개정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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