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참여·이공계 중심 정원조정 실적 소급적용 여부도 관심사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지난달 25일 교육부에서 공개한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 시안이 나오면서 산업수요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PRIME)육성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기본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한 대학 당 50억 원에서 200억 원까지, 3년간 750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학의 학사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힌 만큼 각 대학들은 교육부의 말 한 마디, 정보 하나에 촉각을 세우면서 내부 정원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소규모 정원조정보다 학과 통폐합·신설 불가피=시안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의 유형은 ‘산업 창조인재 양성형’과 ‘미래 인재 양성형’으로 나뉜다. 이 중 ‘산업 창조인재 양성형’은 처음 구상단계에서 나왔듯이 이공계 중심으로 정원조정을 하는 대학을 선정하는 것으로,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할당되는 주력유형이다.

‘미래 인재 양성형’의 경우 융·복합 학과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산업수요에 대비하는 대학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공계로 대폭 전환이 어려운 대학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대학별 지원규모는 '산업 창조인재 양성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평가요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사구조 개편이다. 고용노동부의 인력수급전망 산업수요에 따라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거나 학문간 융·복합, 캠퍼스간 정원조정, 학과통폐합까지 아우른다. 대학간 ‘빅딜’을 통해 특성화 분야에 따라 입학정원과 교사, 교원 소속까지 함께 움직일 수도 있도록 하는 대학간 정원 교환도 가능하다고 명시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과통폐합’과 ‘유망학과 신설’이라는 게 각 대학 보직교수들의 공통된 견해다. 충청지역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각 학과의 정원을 끌어모아 학과를 신설할 수도 있겠지만, 큰 폭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통폐합 조치를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인문계열과 사범계열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프라임 사업을 준비하면서 교양단과대학으로 통일하고 이공계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안에 따르면 학사구조 개편에 학사제도 개선도 따라와야 한다. 향후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각 학사단위의 정원을 늘렸다 줄이기 유연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중앙대와 건국대 등에서 최근 시도한 유동적 정원제와 자유학부제를 비롯한 학사단위 광역화가 그 예다. 복수전공 등 다중전공과 연계전공, 융합전공을 활성화 하는 노력도 평가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중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청회를 열고, 오는 10월 새로 발표할 35개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의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할 예정”이라며 “선정대학 수나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재정당국(기재부)과 협의 중이고, 구체적인 정원조정 비율은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사업 선정 유불리, 눈치싸움 한창=이번 프라임 사업의 시안을 지켜보면서 대학들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히 기본계획을 기다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희비가 갈리고 있다.

특히 국립대에서는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교육부에 국립대 트랙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립대로서 기초학문을 공고히 해야 하는 역할과 실제 학사구조개편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경쟁력 있는 공과대학을 보유한 대학에서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재정확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산업 창조인재 양성형’에 선정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나오면서, 국립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역거점국립대와 지역중심국립대간 컨소시엄 구성이나 대학간 정원교환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립대도 참여할 수는 있지만 별도 트랙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의 취지는 ‘정원조정’이고 국립대 본연의 역할이 있는 만큼, 함께 발표되는 인문학 진흥 종합방안과 더불어 내년에 개편되는 CK사업의 신규유형인 인문학 유형과 국제화 유형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사립대들은 한층 강도높은 어조로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국립대 참여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국립대는 이번 프라임 사업으로 인해 고사되기 쉬운 학문분야를 보호·육성해야지, 같이 사업에 뛰어든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교육부에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편이 온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립대가 끼어들어 경쟁률만 높이고 사립대가 선정될 확률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내비치는 대목이다. 

프라임 사업 평가과정에서 최근 수년간의 정원조정 실적을 감안해 소급적용 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CK사업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정원을 4~10% 줄이고, 하위 15%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될 위기에서 정원을 추가로 줄여 탈출한 대학들은 내부적으로 이미 진통이 상당했다. 여기서 다시 정원을 조정한다는 건 학교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원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오너 총장 대학들은 프라임 사업 신청에서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보여졌지만, 해당 대학들에서는 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이전 정원조정 실적을 소급적용 받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을 단합시킬 더 이상의 동력을 갖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히려 정원조정의 폭이 중요한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인문·사회·예체능·사범계열이 강한 여자대학이 ‘다크호스’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병규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우리 대학은 이미 공과대학을 신설하는 등 산업수요에 맞춰나가고 있으니 자신 있다”면서도 “추가 조정도 필요하겠지만 기존 실적이 소급적용을 받아야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은 “기존에 인문·사회계열이 강한 대학이라고 해도 구성원간 합의가 없다면 진통이 클 것”이라면서 “우리 대학은 예전부터 구조개혁 기조로 학사구조나 틀을 개선해왔다. 정부는 최근 구조개혁으로 대학 내부의 진통과 갈등이 상당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위해 지난 실적을 소급적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