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목표 ‘일류大 건설’…211·985공정에 집중 투자

▲ 중국 베이징대.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송보배·김소연 기자] 중국의 대학교육은 국공립대학이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급속한 발전과 성과만큼이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2012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은 공립대학 1736곳(71.1%), 사립대학 706곳(28.9%)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과 일본 경우 사립대 비중이 70~80%에 달하는 상황과는 정반대다. 게다가 중국은 대부분의 재정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을 전체의 5% 남짓한 소수 공립대학에 집중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등교육 개혁은 ‘일류대학 건설’을 지상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5월 강택민 총서기가 베이징대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세계 일류대학 창건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래 중국에서는 '세계 일류대학 건설'이 고등교육 개혁의 최대 목표이자 화두로 자리한다. 때문에 중국은 국가의 계획에 따라 필요시 대학과 학과의 통폐합이 큰 제약 없이 이뤄진다.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는 서구나 한국, 일본 등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거나 중국 정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골자로 하는 '211공정'과 '958공정'을 시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세계대학평가에서 중국 대학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사립대학의 철저한 소외와 창의적 교육의 부족, 획일적 학생 선발 방식에 따른 도농 교육격차 심화는 중국 고등교육이 풀어야할 숙제다.

■ 국가가 주도하는 '선택과 집중' 대학개혁 = 중국은 국가 주도로 대학교육 개혁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엘리트 대학에 재정을 집중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도 중국 고등교육의 특징이다. 중국대학의 개혁은 시대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개혁개방이전 중국의 대학은 계획경제에 맞춰 수요와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개혁·개방이 본 궤도에 오르고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안착하면서 자연히 계획경제 모델은 시대적 수명을 다하게 됐다. 고등교육체제 전반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1992년 이래 중국에서는 ‘공건(共建)·조정(調整)·합작(合作)·합병(合倂)’을 기치로 전국적 범위에서 강력한 대학구조개혁이 진행됐다. 특히 ‘세계 일류대학 건설’을 목표로 한 ‘211공정’과 ‘985공정’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가동됐다. 아울러, 학교기업과 대학과기원을 중심으로 산학협력도 강화했다. 이른바 ‘독립학원’의 형태로 국립대학의 일부 단과대학을 민영화하는 신선한 시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2011계획을 통해 질적 성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1공정은 일류대학 건설을 위한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 프로젝트다. 211공정이라는 프로젝트 명은 '21세기를 대비해 세계적 수준의 100개 일류대학과 중점학문 분야를 육성한다'는 목표에서 따왔다. 이 구상은 1980년대 초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고등교육을 재건하기 위한 원로들의 건의에서 비롯됐다. 1983년 6월 무한에서 개최된 고등교육 관련 회의에서 4명의 원로교육자가 중앙정부에 “50개 정도의 대학을 국가 중점대학으로 육성하자”고 한 건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1994년 '중국 교육개혁 및 발전 강요'에 211공정 관련 내용이 정식으로 포함되면서 드디어 빛을 보았다. 국무원은 “211공정을 통해 약간 수 대학이 21세기 초에는 국제 일류대학의 학술 수준에 접근하거나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공식 선언한다. 이후 2011년까지 전국 116개 대학이 선정됐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한층 고도화된다. 중국은 프로젝트를 발표한 날짜를 의미하는 985공정을 새롭게 가동하게 된다. 1998년 5월 4일 강택민 총서기가 베이징대학 개교 100주년을 경축하는 자리에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수준의 일류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발단이다. 같은해 12월 교육부는 '21세기를 대비한 교육진흥 행동계획'에 “약간 수의 세계 선진 수준을 구비한 일류대학과 일군의 일류학과(즉, 학문 분야)를 창건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 첫 지원대상으로는 칭화대, 베이징대, 난징대, 푸단대, 상하이자오퉁대, 시안자오퉁대, 중국과기대, 하얼빈공대, 저장대 등 9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후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제1기와 제2기를 모두 합쳐 958공정 선정대학은 모두 39곳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211공정과 985공정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더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HE: The 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한 ‘2014 세계대학평가’에서 중국의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각각 48위, 49위를 기록했으며, 푸단대가 193위로 톱 200에 진입했다. 또 올해 발표된 'QS 세계 대학 36개 전공별 순위'에서는 베이징대, 칭화대, 상하이자오퉁대, 푸단대, 퉁지대, 중국농업대, 베이징사범대 등 중국 본토 대학 7곳이 '글로벌 톱 50' 안에 포함됐다. 모두 211, 985공정에 포함된 대학들이다.

중국교우회망도 2003년부터 중국내 다른 매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해 현재 가장 널리 인용되는 평가로 자리잡았다. 2012년 교우회망 평가에서는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이어 푸단대, 저장대, 상하이자오퉁대 등 '985 공정' 대학들이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 싹트는 자율화··· 산학협력 자율성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 = 계획경제 시기 중국의 대학은 행정부의 하급기관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었다.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또는 상급부처의 지나친 간섭으로 학교의 자율권이 침해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자치 경험이 부족해 미숙한 대학행정이 학문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마저 있었다.

대학자율성 부분에서 211공정과 985공정이 시행한 중요한 변화가 이러한 구시대적 시스템의 개혁이다. 모순적이지만 국가가 일류 대학들에게 자율성 확대 노력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일류 대학들은 자율성의 확대와 △행정관리 능력의 향상 △인사제도의 개혁 △학과조직모델의 개발 △캠퍼스 문화의 개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211공정 대학들의 자율적인 학부전공 설치가 겨우 허락된것은 2002년 '보통대학 학부·전공 구조조절에 관한 원칙과 의견'이 나온 뒤였다.

신입생 모집의 자율권도 2003년에서야 일부 대학부터 점진적으로 가능해졌다. 211공정 대학 가운데 22곳부터 우선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 방법을 개발하고 시행했다. 그럼에도 2011년까지 자율적인 신입생 모집을 시행하는 대학은 81개교, 전체의 3%에 불과하다.

다만 중국대학의 활발한 산학협력은 우리나라 대학이 대학의 시장경제화를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혀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다. 중국 대학은 대부분 '샤오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샤오반기업이란 '대학이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보통 대학명을 기업명 앞에 붙여 부른다. 베이징대학이 운영하는 베이다팡정을 비롯해 칭화대학의 칭화퉁팡, 푸단대의 푸단웨이덴쯔 등이 대표적이다.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경우 2010년 매출 520억위안(8조8400억원)에 순이익 26억위안(4420억원)을 기록해 중국 기업 중 121위에 올랐다. 30개에 가까운 자회사를 거느린 재벌기업이기도 하다. 중국대학은 산학협동을 넘어 산학일체의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립대학은 '서자'···일류 사립대 나오기 힘든 현실 = 사립대학은 1990년대까지 금지되었다가 개혁개방 이후 본격적으로 허용되어 현재 중국 고등교육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사립대학은 사립대학과 독립학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독립학원은 국공립과 사립의 혼합형으로 중국에만 있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대학이다.

독립학원은 특정 국립대학이 소속 단과대학이나 분교를 민간 기업 등과 합작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사실상 민영 4년제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현실에서 기존 국공립대학의 간판을 달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험적인 사립대다. ‘독립’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모체가 되는 대학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법인이기 때문이며, ‘학원’은 민영화의 대상이 특정 국립대학 전체가 아니라 그 중의 일부 단과대학 또는 분교이기 때문에 붙여졌다.(국립대학의 민영화 실험 독립학원, 박종배) 국공립과 사립의 속성을 함께 갖고 있는 독립학원은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독립학원의 성격을 두고 논쟁이 있었고 2008년 교육부는 독립학원에 대한 개혁안을 통해 독립학원을 국립대 혹은 사립대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재 독립학원은 점차 수가 줄고 있다.

중국정부가 인정하는 학위를 발급하는 사립대학은 2012년을 기준으로 706곳이 있지만,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기관까지 포함하면 사립대학 수는 전국적으로 15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사립대학들은 대부분 지원이 미흡하고 관리감독이 부실해 '학위장사'와 '재학생수 부풀리기' 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실제 교육부의 비준을 받지 못한 사립대학에서 가짜 학위증명의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결국 중국에서 사립대학은 서자 취급을 받는다. 중앙정부 및 지방의 법률, 법규, 조례에 이르기까지 사립대학들은 국국공립대학들과 비교해 동등한 법률적 지위나 평등한 정책적 대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통과된 ‘사립교육촉진법'은 '사립학교와 국국공립학교는 모두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얻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게 현실이다. 짱구오화 중국사립교육협회의 홈페이지 편집장은 "사립대학들은 과거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일종의 비주류 교육기관군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립대학은 사회·경제적인 법률적 지위가 실질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세수혜택과 재정지원, 교수 권익보호 등과 여러 부분에서 국공립대학에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사립대학 관계자들은 심지어 "지방정부들마저 현재까지도 사립대학을 마치 ‘시한폭탄 내지 있으나마나한 대학’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토로한다.

사립대학에 재산권이 명확하지 않아 교육에 뜻이 있는 자산가라도 쉽게 투자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중국은 현행 사립교육법과 물적 재산권법의 대부분 세부조항들이 명확하지 않다. 사립대학 설립자의 명확한 권리보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의 독특한 경제체제인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사립대학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은 셈이다.

자율성이 부족한 국가주도의 개혁으로 중국대학은 단시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도에 따라 보통대학들과 중점지원대학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11, 985공정에 선택된 대학들과 나머지 대학간의 격차가 나타나고, 다시 211공정 대학과 985공정 대학간의 격차도 뚜렷하다. 지원 정도에 따른 서열화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립대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중국 고등교육의 한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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