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빠른 처리 필요" ... “성급하다” 지적
사학연금법 관련 단체들 “공론장 형성부터”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정부여당 발 사학연금법 개편안 논의가 본격 착수를 앞둔 가운데, 정작 논의 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 법률안 통과 후 이를 준용하는 사학연금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체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여당에서 급히 개정논의에 불을 당기면서 지적됐던 대로 사학연금법 개정의 시급성만 좇기엔, 사안은 간단치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세밀한 논의를 위한 공론장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5월 개정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현행 7%에서 2020년 9%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인 지급률은 1.9%에서 2035년까지 1.7%로 차등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도록 돼있지만 공무원연금법의 별도규정이나 부칙 사항은 준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의 미준용 항목을 준용토록 하거나, 사학연금법만의 규정을 새로 만드는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 기여율·연금지급 개시 등 내용 조율 필요= 기여율 비율의 조정이 대표적이다. 사학연금은 현행 교원 개인 7%, 국가 2.883%, 학교법인 4.117%의 기여율을 적용한다. 공무원연금법 상의 기여율은 이와 달리 국가 7%, 교원 개인 7%다. 개정 후의 공무원연금법은 국가와 교원 각각 9%의 기여율이 적용된다. 공무원연금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공무원연금과 달리 사학연금 교원 개인부담금 기여율은 7%로 유지된다. 부칙 상의 규정이라 사학연금에는 공무원연금 개정사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학교 법인 부담 기여율역시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이와 달리 연금지급률은 1.7%로 당장 인하된다.

연급지급 개시 연령과 납부기간에서도 공무원연금법과의 엇박이 발생한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개시 연령은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65세로 즉시 연장되며 납부기간 역시 33년에서 36년으로 단계별 적용 없이 곧바로 시행된다. 연금 수급요건도 ‘재직자부터 적용’된다는 부칙이 없어 신규 임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연금지급정지 요건에 선출직, 공공기관을 포함하고 임대수익을 추가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존 연금수급자도 적용’된다는 부칙이 없어 이 또한 신규자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 된다.

단순히 사학연금법을 공무원연금법에 준용하는 수준에서만 개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법 개정 이후 개인부담금 뿐만 아니라 정부와 법인 부담 또한 늘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학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준하는 수준인 9%로 부담률을 높이고, 개인 교원과 정부, 법인 간 부담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정부의 경우 8.1%(현행 3조 7674억에서 4조 833억), 학교법인은 15.2%(현재 5조 3737억에서 6조 1910억)씩 부담이 증가한다.

학교 법인과 정부는 현행 사학연금법 상에서도 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2013년 전체 예산의 32.6%인 1876억원을 배당하지 않았다. 올해 6월 기준 미수 정부부담금은 총 3310억에 달한다. 학교 법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123개의 대학법인은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1019억원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하지 못해 등록금이 포함된 학교회계에서 부담했다. 대학은 학교회계에서 부담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라도 있지만, 초중고교 학교 법인의 경우 이러한 제한조차 없다. 공무원연금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부와 학교법인 부담률을 높이면 학교법인과 정부는 더더욱 법정부담금을 다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공무원연금법과의 준용만 맞춰 개정하려다 등록금 인상과 교육환경의 악화라는 비교육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재정 의원실 측은 “실질적으로 정부와 사학법인들이 교육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규정 마련 없이 단순히 준용될 조항만 조정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기금고갈에 대비한 조항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학연금법 제42조에 의하면 급여의 종류, 사유, 급여액 등의 사항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도록 했다. 공무원연금법 제69조에 의하면 퇴직급여와 유족급여에 드는 비용은 기여금과 연금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보전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해당 내용은 사학연금에 연동되지 않는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퇴직수당 일부를 보전해주는 조항에서 공무원연금법처럼 고갈 우려가 나오면 사학연금도 국가가 보전해줄 수 있을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학연금 당사자 의견 반영 시급해=사학연금 가입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공론장 마련도 시급하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사학연금법이 이에 준용되는 지점이 많아 사학연금 수혜 당사자들의 의견도 포함해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정부여당은 지난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 작업 당시 사학연금법 개정 논의 자체를 극구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사학연금의 경우 기금 재정상에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며 “사학연금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달 22일 교육부의 사학연금 보고 이후 정부여당 차원의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6일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사학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정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따라 사학연금법은 9월부터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려질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개정 논의는 여전히 공론장 형성 전 단계에 머물러있다.

7일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교수노조,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전국사립대노조연맹,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사학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대표자 회의를 통해 사학연금 관련 협의기구 구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정부의 사학연금 미납금 3000억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고용보험과 산업재해 보험 등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의 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와 가입자 단체 간 협의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사학연금제도의 개선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교문위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월 공무원연금개혁특위 회의에서 “공립과 사립 간 교사 교류가 법에 의해 확보돼있기 때문에 사학연금이 지금까지 그대로 준용돼왔다. 공무원연금법을 바꾸게 되면 사학연금은 그와 연동해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도 사학연금 대상자들은 자신들의 연금 변화에 대해 아무 의견도 제출하지 못한 채 그대로 연동해 따라가게 된다. 이런 이상한 결과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면 누가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밝혀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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