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보다 질적 수월성 집중, 소프트파워 강화할 것

삼성 재단 복귀는 암흑기 벗어나는 급성장의 원동력 돼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최근 성균관대의 기세가 무섭다. 성균관대는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17위, THE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16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10위권 대학의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더해진 목표는 연구력 세계 50위다. 올해 성균관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규상 총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총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잠시 숨을 고르며 더 높은 곳을 향할 힘을 비축하고 있다.

- 모교 총장이 된지 반년이 지났다. 어땠나.
“부총장 시절과 전혀 다르다. 스케줄이 시간 단위로 잡히고 정해진 것만 하는 것도 아니니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저녁 퇴근은 늦어지는데 조찬 업무가 있을 때도 있다. 너무 힘들더라. 그동안 심신의 적응이 필요했는데 이젠 몸과 마음이 일치가 됐다. 적응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몇 년간 각종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일부는 삼성이라는 재단과 이를 결부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삼성이 재단으로 들어온 효과가 분명 있다고 느낀다. 삼성이 다시 들어오면서 구성원들의 사기가 올랐다. 학교도 좋은 교수를 뽑자, 세계 몇 위에 도전하자 등 적극적인 마인드로 바뀌기 시작했다. 70년대 말부터 96년 말 (재단이 삼성으로)다시 돌아오기까지 성균관대 암흑시대였다. 건물은 확확 바뀔 수 있지만 인재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지원이 시작된 지 10년 쯤 지나 2005년쯤부터 우수인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실질적으로 성균관대가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학내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도 당연하게 필요하다. 대학의 발전상을 객관적으로 비춰 볼 수 있는 척도는 연구력, 우수 교원 확보, 구성원 만족도라 할 수 있다. 연구력 측면에서 이미 성균관대는 2010년 대비 국제논문수가 2780여 편에서 4420여 편, 연구비 수주는 2200억원 수준에서 2960억원 가량으로 증가했다. 학과단위 경쟁력도 17개 학문 분야가 세계 10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원 수도 2010년 1220여명에서 2014년 1396명으로 충원했다. 구성원 만족도를 볼 수 있는 국가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8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변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취임사에서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성균관대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본다. 지난 5월 31일 출국해서 2주 정도 미국과 멕시코 대학들을 돌았다. PSU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 단과대학 학장들과 총장까지 차례로 만나 양교 발전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발전가능성이 굉장히 큰 대학으로 평가받는 댈러스 UTD와도 자연과학 분야에서 공동연구 합의를 하고 왔다. 이런 것들이 성균관대의 위상이 아닌가 싶다. 이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수월성으로,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소프트파워 강화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뛰어난 교수진 확보다. 상위 1%에 속하는 ‘핵심교수진(Core faculty)’을 전체 교수의 10%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다.”

- 최근 국내 대학들의 글로벌정책이 중국이나 미국 등에 치중된 면이 있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교육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대학같은 경우 브라질과 교류가 활발하다. 매년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찾는다. 콜롬비아에서도 국비장학생이 10명 정도 오게 된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대학들과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실질적인 교육시장 다변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본다. 미국의 대학과도 과거 우리만의 짝사랑에서 벗어나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바뀌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가 수원에 위치해 있다
“자연과학캠퍼스는 위치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쪽이 삼성전자 등이 위치한 산업벨트지역 아닌가. 그 한가운데에 있다. 입지조건이 굉장히 좋다. 산학협력에 굉장히 유리하다. 세계적인 연구소들도 들어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세계 평가에서 치고 올라가는 것에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연 100억씩 10년간 1000억을 지원하는 연구가 5개 있는데 우리가 2개 분야에 선정됐다. 요일을 정해놓고 방문하고 있는데 캠퍼스 분위기도 상당히 좋다.”

- 공교롭게 총장이 되고 나서 총리들이 계속 성균관대 출신이다
“대통령이 성균관대를 생각해 뽑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당연히 사람을 보고 뽑는다. 다만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었을 텐데 업무추진에 있어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으로 본다. 그건 기본이다. 거기에 총리에는 하나 더 추가돼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인의예지를 기본으로 한 성균관대 출신들은 겉과 속이 하나로 같고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언론플레이를 하지도 않는다. 추측컨데 같이 지내보니 그런 부분들이 여성 대통령의 섬세함과 겹치면서 믿을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사법연수원 졸업 후 바로 대학으로 왔는데.
“첫째로 지도교수를 잘 만나고 둘째로 부친을 잘 만났다. 독림가(산림경영자)셨던 부친께선 ‘나는 나무를 키울테니 너희는 사람을 키우라’고 하셨다. 형제 중 전업주부를 제외하곤 모두 대학교수다. 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대학에 왔는데 법조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람은 자기 적성에 열정이 합쳐지면 대부분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학교를 보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제일 안타깝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인생은 마라톤 아닌가. 열정만 있다면 시작이 간판이 아니어도 성공한다.”

- 현 고등교육 정책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고등교육 정책들, 발표 많이 했다. 그런데 정말로 정책이 잘못돼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불만들이 많은 것인지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제도보다 운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등교육 정책은 국가에서 추진하고 대학은 더 본질적인 부분을 처리해야 한다. 총장이 되고나서 가장 많이 하고 싶은 일 1순위가 학부모들과의 대화다. 아직도 부모들이 자녀의 인생에 많이 관여한다. 바른 자녀관이 정립돼야 한다.”

- 한국대학의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대학의 현주소, 어떻게 보는지.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대외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는 변화에 따라 대학이 수준 높은 연구역량을 갖지 못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는 학문분야가 뭔지 고민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신중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여 일관성이 결여되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 미래 대학의 역할을 예측해본다면.
“미래에 대학이 사라진다는 말도 있지만 대학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학이 중심이 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지난번 경기도 창업혁신센터를 구성하는데 대학이 빠졌다. 창업혁신에는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이나 산학협력을 혁신센터와 연결하면 대학이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그곳의 핵심은 기업이었다.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린 것이다. 대학이 원천 연구 분위기를 만들고 거기에 정부가 함께 하고 기업이 붙고 해야 하는데 대학이 빠져버렸다. 기업맞춤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MOOC 등이 이슈가 되는데 일단 인간사회의 기본은 면대면이다. K-무크도 내재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면을 모두 봐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년사에서 1년간 지켜봐달라고 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나름대로 계획에 따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전 총장께서는 학교를 급팽창시켰다. 자동차를 4단기어로 달린 셈이다. 그러면 잠시 정비하면서 힘을 비축할 시간이 필요하다. 1년 후에는 다시 치고 나갈 것이니 기대해달라.”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재익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정규상 총장은…
1952년생. 서울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15기) 후 인천대에서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1989년 모교인 성균관대로 부임해 교학부처장, 학생복지처장,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부총장 겸 스포츠단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민사소송법학회장, 한국민사집행법학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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