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전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전 OECD집행이사)

▲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사진 = 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2030년이 되면 입시생 25만명이 사라집니다.”

미래학자들은 하나같이 대학의 위기를 전망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고, 온라인 기반의 대체교육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 어느 국가보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세계대학과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에 빠졌다.

“대학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은 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채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호남대 총장, 상명대 총장,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등을 지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최근 ‘왜 대학은 사라지는가’를 펴낸 바탕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특히 UMAP(아태지역 고등교육 협력기구)의장, 유네스코 대학 간 학점교류 및 상호인정 세계총회 의장, OECD집행이사, CHEA(미국평가인정기구)이사 등 국제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이 교수는 대학 정책에 있어서 무엇보다 지식정보화사회의 예측불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대가 2차지식정보화사회, 4차 산업혁명의 단계로 넘어왔다고 진단했다. 이런 사회에서는 빠른 사회변화에 발맞춘 적시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래 산업사회나 후기산업사회만 하더라도 산업수요를 예측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2차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산업수요 자체를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동안 산업구조가 바뀌어 버린다. 교육은 이처럼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반응적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빠른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적시성교육이 강조됨에 따라 교육의 형태도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이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MIT나 하버드가 도입한 MOOC, 영국의 학점교류와 학습이동과 같은 것이 그 예다. 특히 세계 고등교육 인구 1억3000만명의 절반 가량인 5000만명 정도가 이런 보이지 않는 교육으로 이동할 것이라 전망했다.

보이지 않는 교육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캠퍼스 중심의 전통 대학들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교육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국내 대학이 이전과 같은 위상을 차지하긴 어렵다.

이 교수는 우리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세계적인 교육영토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대학이 중심역할을 하되 거점은 세계전역에 퍼진 형태의 메가 캠퍼스(Mega-campus)를 언급했다.

아직 세계적 경쟁력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생존을 위한 시도를 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투자가 가능한 여건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 대학들의 포화 속에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현 상황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작품으로의 한국대학'이라는 콘텐츠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대학이 지금까지 교육콘텐츠 부문에 취약했음을 지적하며 창의성이 강조되는 사회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콘텐츠의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인문사회이 기초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2002년 소르본대학을 방문해 총장과 조찬을 한 적 있습니다. 소르본대학은 인문사회대학인데 21세기에 관련 직업도 적은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는지 물었더니 ‘21세기는 창조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데 그 바탕은 인문사회학에서 나온다. 어느 전공 어떤 학생도 인문사회를 모르고 성공하는 사람은 본 적 없다’고 말하더군요”

소르본대학 총장은 이 교수에게 데카르트, 파스칼의 동상을 보여주며 “21세기 파스칼, 21세기 데카르트가 여기 살아있다”고 자신했다 한다.

이 교수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다른 학문과, 실제 사회나 삶과 접촉하고 융합하며 살아있는 인문사회학, 삶의 인문사회학, 그것이 바로 시대와 대학 환경을 초월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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