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한두현(장대높이뛰기), 한세현(400m허들) 형제

▲ 한두현(좌), 한세현(우) 형제는 이번 U대회가 첫 동반출전 국제대회다. 쌍둥이 형제가 국제대회에 동반출전하는 것은 한국육상 사상 최초다. 선수촌 앞에서 포즈를 취한 두 형제.(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시작은 누나였다. 학교 육상 선수였던 누나는 운동을 하면서도 집에 남은 어린 동생들이 걱정됐다. 동생들을 데려오라는 코치의 말에 형제는 누나가 운동하는 동안 운동장에서 놀았다. 그렇게 놀던 형제들은 어느새 누나와 같이 육상을 시작했고, 누나가 운동을 그만둔 후에도 계속 운동을 했다. 형제들은 어느새 한국 최고 수준의 선수들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처음엔 둘 다 허들로 시작했지만 형인 두현씨는 장대높이뛰기로 종목을 변경했다. 종목을 바꾼 이유는 간단했다. 둘이 함께 금메달을 따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목이 같으면 한명만 금메달을 따잖아요. 그래서 바꿨죠. 사실 장대높이뛰기가 더 쉬워보여서 바꾼 것도 있는데 막상 해보니 힘들었어요(웃음).”

종목이 달라서인지 두 형제의 모습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둘의 키는 185cm로 같지만 근력이 요구되는 두현씨의 몸무게가 3~4kg 정도 더 나간다.

이번 광주U대회는 두 형제가 처음으로 동반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지난해 인천아시안 게임 때는 두현씨만 나갔다. 동시 메달 석권은 아직 바라보기 힘들지만 형제는 같이 대회에 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형제의 메달 가능성이 다르지만 모두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세현씨는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50초대 진입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400m 허들 한국신기록은 49초 80으로 세현씨의 기록과 1초 이상 차이가 나지만 이젠 넘을 수 없는 벽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쟤는 올해가 끝이야’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계속 노력하니 기록도 꾸준히 단축되더라고요. 졸업 때까진 50초대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현씨 주변 인물 중 눈에 띄는 인물이 하나 보였다. 세계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인간새’ 부브카의 코치였던 아르까디 코치다. 아르까디 코치는 한국대표팀에 부임 후 체력위주의 훈련에서 벗어나 기술 중심의 훈련을 도입하며 두현씨를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기량을 급상승시켰다. 또한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 한국신기록 보유자 진민섭도 두현씨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두현씨의 이번 대회 목표는 메달권 진입과 5m 60cm의 기록 달성이다.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는 형제가 출전할 수 있을까. 올림픽은 아직 두 형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꾸준히 정진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두현씨는 올림픽 출전 기준인 5m 65cm를 이미 연습에서 달성해본 경험이 있어 기대를 높인다.

10일 현재 선수촌에 남은 사람은 두현씨 혼자다. 세현씨는 9일 열린 준결승에서 결승 진입에 실패해 11일 열리는 두현씨의 결승 경기를 가족과 함께 응원한다. 두현씨는 꼭 1등이 아니어도 메달권 진입에 성공해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서도 계속 응원해주신다면 좋겠어요. 육상에 ‘두현, 세현’이라는 형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신다면 힘이 될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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