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학연금법 개정에 앞서
[기고]사학연금법 개정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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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준(경희대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 사교련 이사)

대학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대학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학령인구의 감소, 구조조정, 청년실업 등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힘든 항해를 하고 있는데, 최근 암초가 하나 더해졌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을 골자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과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정부와 여당이 사학연금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교수들의 유일한 노후대책이나 다름없는 연금이기에 개정에 앞서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들은 매달 자신의 급여에서 연금을 내지만 그 관리와 운영을 사실상 정부가 독점해왔다. 이는 연금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계속 위기설을 강조하며 수차례의 법 개정을 통하여 교수의 권익을 일방적으로 축소시켜왔고, 심지어 교수를 국가 재정위기의 주범인양 매도하면서 다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출연금을 거의 탕진한 공무원연금과 달리 사학연금은 20조원 가까운 기금이 적립되어 있고 2024년까지 적립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두 연금을 하나로 묶어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다.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 원인과 책임, 향후 전망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달리 사학연금의 국가 부담은 2.883%에 불과하며, 그것도 2013년 현재 3310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 정부는 자신들이 법안 개정의 주체여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7%를 부담하고 있는 교수들이 개정 절차에서 소외되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일이다. 사학연금의 주체는 교수와 법인이어야 한다. 사학기금으로 운영하는 사학연금공단이 법 개정의 중심에 서있는 것도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사립대학 가운데 법인 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대학의 비율은 15%에 불과한데, 아무런 제도적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높이면 교비 전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현 상황은 상대적으로 성실한 법인에 대한 역차별에 다름 아니다.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법인이 대학 부실과 분쟁의 근본 뿌리임을 감안할 때 부실 법인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재와 관리 규정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공무원과 달리 교수의 취업연령은 매우 늦다. 65세까지 근무하더라도 25년을 초과하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연금 축소에 대한 보상책으로 내놓은 납부기간 연장, 인사정책 개선 등의 방안은 교수와는 무관한 것이다. 구조 조정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것도 공무원과 교수의 입장이 결코 같지 않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양 직종간의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개정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지난 1월, 정부는 연내 사학연금 개편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를 이용해 개편 문제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기만행위이다. 현 법규상 연금 지급률은 공무원연금법에 연동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여율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연금법 준용이 불가피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도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정부와 여당의 보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가 국가의 재정적 어려움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고통과 손해를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와 여당은 합리적인 내용과 공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개정이 불가피할수록 더욱 개방적이고 겸손하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민주주의이고 정의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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