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현실 도외시한 ‘거대언론 폭력’에 맞선 ‘현장의 대변자’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정부 재정지원·국가연구사업 문제 꾸준히 지적
‘자율성 강화가 대학의 경쟁력 키운다’ 일관된 철학으로 ‘고군분투’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차현아 기자] 한국대학신문이 1000호 발행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의 나이를 훌쩍 넘어 이립(而立)을 앞둔 27세 청년이다. 언론 환경이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지금도 수많은 매체가 명멸하는 가운데 정론직필을 지켜온 역사다. 1000호를 이어오는 동안 ‘대학의 자율성 확대’는 본지의 금과옥조와 같았다. 정부의 탁상공론, 거대언론의 고준담론에는 현장을 들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역대 고등교육 주요 사안과 함께 해온 한국대학신문 1000호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핵심 비켜간 '미완의 개혁' 우려(본지 182호 1면 종합·1995년 6월5일자)
"교육개혁위원회가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을 놓고 기대 수준에 미흡하거나 또 다른 획일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제기돼 주목된다...(중략)...교육개혁안은 우선 그간의 교육개혁 방안이 대증요법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데 반해 개혁의 지향점을 '열린교육', '평생학습 기회 제공'에 두는 등 교육의 근본문제 치유 차원에서 수립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시행 20주년을 맞이한 ‘5·31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는 "성공했으나 과제를 남긴 개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학의 자율화가 형식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국가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5·31 교육개혁 20주년 특별기획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고등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20년을 이끌어갈 근본적인 대학 자율화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제안해 논의를 이끌고 있다.

■ ‘BK21 사업’ 격랑 속 출항(본지 318호 1면 종합·1999년 7월 19일자)
“이번 사업이 단순한 지원을 벗어나 학부정원 조정이나 감축 등 대학에 따라서는 이해득실에 따라 감당키 어려운 학제개편을 수반하고 있고, 사업단 구성에 따른 교수들의 불만이 내재해 있는 상태여서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본지는 당시 기사를 통해 BK21사업을 통해 국내 고등교육계의 인재 양성과 연구력 향상 변화 움직임을 포착했다. BK21이 대학가의 강력한 학제개편과 교수 업적평가 강화 등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학가에 혼란을 야기하고 일부 대학에는 특혜가 제공되는 등 예산낭비가 이뤄지는 실태를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입학사정관제 본격 시행…대입 새바람(728호 4면 특집·2009년 12월28일자)
“2009년 대학가의 지각변동, 입학사정관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보편화된 제도인 입학사정관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중략)...하지만 입학사정관제 확대와 비례해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신뢰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특목고 등 일류고 출신과 기여 입학을 위한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적은 정확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학생들의 발굴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줄곧 자사고와 외고, 과학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정부는 학생부에 기재 가능한 내용을 교내활동으로 제한하고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본지는 매년 변화하는 대학입시를 빠르고 심도있게 보도하고 있다.

■ACE사업, 교육·연구 차별화 시발점(750호 4면 대학행정·2010년 6월14일자)
“정부가 대학 학부교육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4년간 모두 1200억 원이 투입되는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 지원사업(ACE사업)'을 신설했다. 정부가 이처럼 대학 학부교육 강화에 나선 이유는 그 동안 정부가 연구중심대학에 집중지원하면서 상대적으로 학부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ACE사업은 대학과 정부 모두가 만족하는 브랜드로 자리했다. 지금까지 2010년 11개교를 시작으로 2011년 11개교, 2012년 3개교, 2014년 13개교, 2015년 16개교가 선정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8회 ACE포럼'에 참석해 “ACE사업을 학부교육 지원사업의 대표 브랜드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본지는 ACE협의회와 공동으로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시리즈를 기획보도했다.

■ LINC사업 ‘친산업’ 체질개선 예고(795호 2면 종합·2011년 5월 23일자)
“사업 선정에 있어선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온 대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산학협력 실적이 우수한 대학’ ‘기업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 온 대학’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LINC사업이 처음 도입된 2011년 본지는 대학들이 업적평가의 변화, 강화된 현장교육과 융합교육 등을 꾀하고 있음을 취재했다. 대학들이 시대 요구에 빠르게 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뼈를 깎는 대학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본지의 분석은 LINC사업 이후 지금까지도 정책적으로 유효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본지가 지난 3월 주최한 전국대학총장 간담회에서 “대학에서도 산업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해줘야 한다. 교육부는 각종 사업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폭발력 발휘한 ‘반값등록금’(796호 1면 종합·2011년 5월 30일자)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 전문대학의 등록금은 2005~2010년 모두 3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상승률이 16.1%인 점을 감안하면 물가보다 2배 가까이 등록금이 뛴 셈이다.”

현실적인 반값등록금 실현 방안을 면밀히 살폈다. 본지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고등교육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대학 구조조정과 소득에 따른 차등적 지원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늘리고 혜택대상자의 폭을 넓히자는 지적도 제시했다. 이후 대학들은 재정압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본지는 “사립대학들이 보유한 재산을 활용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며 재정 운영난 해소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 외국인 유학생 인증받아야 유치 가능(813호 6면 정책·2011년 9월 26일자)
“교과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는 그간 양적 확대를 이뤄온 유학생에 대해 질적 관리를 하기 위해 도입된다. 또 일부 부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연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도 크다..(중략)...인증 여부가 해외기관에 제공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대학에 인증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증 받지 못한 대학’으로 유학시장에 알려지길 원치 않는 대학들이 모두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를 맞아 대학가에 유학생 질 관리 문제가 떠오르며, 본지는 유학생 관리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유학생 선발부터 입학, 비자발급, 입국, 학사관리, 졸업 및 취업, 출국에 이르기 까지 유학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외국인 유학생 종합관리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당시 제안하기도 했다.

■국립대 ‘직선제 폐지’ 백기 투항(857호 A2면 종합·2012년 8월 13일자)
“... 대학본부의 직선제 폐지 결정은 상당수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와 맞서는 것이어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평의원회 주관으로 지난 8월 2일까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된 ‘총장 직선제 찬반투표’에서 교수 70.1%가 ”직선제 유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중략)..교과부는 지난해부터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대학은 입학정원 감축, 학자금 대출제한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본지는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총장선거가 교수 간 분파를 형성하게 하고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된다는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의 폐지가 결국 교과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본지는 “총장 선출은 직선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선거없는 공모제 형태의 선출방식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 총장인재추천제 결국 ‘없던 일로’(928호 1면 특집·2014년 1월27일)
“삼성그룹이 올해 4월 채용시즌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총장추천인재전형을 발표한 지 보름도 안돼 사실상 백지화했다. 본지가 지난 1월 24일 삼성이 전국 4년제 대학에 통보한 인원 수를 단독 보도하면서 서열화, 지역차별, 여대차별 등 온갖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
 

지난해 1월 마지막 주를 앞둔 금요일.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삼성이 새로운 스펙 경쟁으로 변질된 채용 전형을 개선하기 위해 총장추천제를 시행하면서 각 대학에 인원을 할당한 사실을 본지가 세상에 알린 것이다. 대학별 추천인원에 차등을 두면서 ‘삼성판 대학서열’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급속히 번졌다. 결국 삼성은 “취업용 스펙 쌓기 경쟁 등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발표했지만, 대학서열화와 지역차별 등 뜻하지 않았던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사과하고 총장추천채용제도를 백지화했다.

■대학이 사라진다-대학위기 ‘쓰나미’ 밀려온다(본지 955호 기획특집·2014년 8월18일)
“만약 2030년 현재 400여개에 달하는 대학이 200여개로 줄어든다면? 소위 일컫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일류대학이 사라진다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학교 직원이 몇 달 치 월급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한다면?...(중략)...불과 15년 이내에 밀려올 외부 환경변화의 거대한 물결은 거스를 수 없다. 기업이나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학도 미래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왜냐면 이러한 메가트렌드가 대학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바꾸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연속이다. 당장의 위기를 넘긴다고 안정이 오진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목전에 닥친 대학구조개혁에 매몰돼 거시 미래에 대해 무방비상태다. 어느 누구도 미래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대학이 사라진다 - 미래위기 진단과 대응방안’이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대학가에 경종을 울렸다. 9월에는 정치·경제·대학가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위기를 논의하는 ‘제1회 대학 경쟁력 네트워크 프레지던트 서밋’ 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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