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숨겨진 교육수요 입학자원 흡수 전략만이 생존의 열쇠"

▲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오른쪽) (사진=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양지원 기자]올해 고등교육의 화두는 단연 ‘새판 짜기’다. 정부와 대학협의체, 교육학계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고등교육의 판도를 뒤바꾼다며 대학구조조정 계획과 비전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교육부는 일찍이 대학평가를 통해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2023년까지 정원을 감축하고 퇴출하는 골자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세웠다가 방향을 틀었다.

‘산업수요 중심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 시안을 통해 일부 대학의 인문학 교육 기능을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학사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일학습병행제도를 활성화해 교육과 취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변혁하고, 대학들이 평생교육원을 단과대학으로 전환해 성인학습자 정원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2023년까지 유학생을 20만명까지 확대 유치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과 (전문)대학 특성화사업, BK21플러스(Brain Korea 21 Plus) 사업,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육성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참여대학의 연구·교육·산학협력 기능의 강화 기조는 유지할 예정이다. 고등교육 선진국의 MOOC(온라인대중공개강좌) 바람에 합세하듯 K-MOOC 사업을 시범 수행할 4년제 대학 10개교를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부구욱, 대교협) 역시 지난달 ‘대학발전 비전 2025’를 선포하면서 2025년까지 국내 유수대학 20개를 세계대학평가 200위권의 연구중심 명문대학으로 기르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고등교육 새판 짜기’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입학자원이 부족해지는 데다 기존 대학을 대체할 온라인 고등교육의 공세,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 유지로 인한 재정난 등 위기 상황이 겹쳤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대학가에서도 중·장기적인 비전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협의체가 제시한 틀에 대해 대학가는 신통치않다는 반응이다. 대학의 규모와 설립유형, 소재지는 물론 대학과 전문대학, 사이버대, 폴리텍까지 고등교육기관 사이에서 ‘먹이사슬’ 형태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대학은 박근혜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현’ 기조로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마이스터고, 폴리텍, 4년제 대학들과 경쟁하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기 위해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전문대학들은 4년제 대학 수와 정원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4년제를 선호하는 인식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고등교육 전문가는 이를 두고 경쟁에서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 결국 충돌해 모두 자멸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고 지적하며 “고등교육의 새 판을 짜려면 국내 학령인구에 한정된 입학자원의 레드오션(red-ocean) 대신 해외와 함께 숨겨진 입학수요까지 감안해 공략하는 블루오션(blue-ocean)을 발굴하고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아닌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형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구조화 정책은 기업과 정부 친화적인 교육학자들의 정책연구, 형식적인 의견수렴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학들이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솔직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고등교육 발전위원회 등의 씽크탱크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해야할 것은 지금처럼 자르고 깎고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앞서 한 고등교육전문가가 언급한 잠재 교육수요와 입학자원을 흡수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대학에 길을 터주고 교육부 만이 아니라 외교부, 노동부, 법무부까지 범정부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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