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대학들 이미 유학생 유치전쟁 치열

고등교육 세계화 추세 속 규제 완화 급선무… 인구정책과 연계도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송보배·이재익·김소연 기자]세계 대학들이 총성 없는 전쟁에 힘을 쏟아내고 있다. 유학생 유치 전쟁 얘기다.

세계 유학시장은 올해 450만 명 수준에 이른다. 지난 2000년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한 규모로, 절반 이상이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한국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편이다. OECD국가 중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순으로 많은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한 눈에 보는 교육지표 2014(Education at a Glance)’ 보고서는 1975년부터 2012년까지 유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만 450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그 수는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유학생들은 주로 동양권에서 서양권으로 이동했다. 전체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전체 유학생의 53%는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OECD는 아직까지 영어권 국가가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데에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서의 위상이 공고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대학원위원회(Council of Graduate Schools, CGS)는 오는 9월 입학을 위해 미국 대학원에 지원서를 낸 유학생 숫자는 67만65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 중국 26만4406명(39.1%), 인도 19만2574명(28.5%)으로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2만8876명(4.3%)과 대만 1만6617명(2.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출신 지원자는 2013년 이후 계속 줄고 있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대학들을 집중 육성하면서 자국 학생 유출을 막고 유학생 유치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해 보도하기도 했다.

■인구 정책까지 연계한 각국의 유학생 유치 전략 = 저출산, 고령화와 이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노동인력 부족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만큼 교육선진국들은 최근 유학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단순한 유학생 유치를 넘어 취업, 이민 등 인구를 늘려 국가 경쟁력 증대로 이어지도록 범정부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추세다.

2000년까지 유학생 유치에 보수적이었던 독일도 노동력 감소 등을 이유로 3년 전 블루카드제도(취업‧체류 허가제도)를 도입해 개방정책으로 돌아섰다. 호주도 2013년 유학비자 간소화 정책과 유학수료 코스 연장 등 과감한 유치정책을 도입했다.

세계 유학생 유치 1위 국가인 미국은 수년 전부터 비자를 간소화하고 최근에는 연간 취업이민 쿼터를 기존 14만개에서 23만5000개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관세집행국 산하에 SEVP(Student and Echange Visitor Program)를 설립, 미국 유학에 관한 정보를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각 대학별로 유학생 전담기구를 운영한다. 또한 학교와 민간, 국제기구 등 다양한 경로로 유학생 장학금을 지원한다.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지난 2008년 ‘2020년까지 유학생 30만명 유치’ 목표를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 2007년부터 문무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이 연계해 일본 내 취업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독립행정법인인 일본학생지원기구를 설립해 학생생활지원사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지자체마다 ‘유학생교류 종합추진회의’를 두고 유학생 정착을 지원한다.

아시아 제1의 유학강국 야심을 가진 중국도 지난 2010년 유학중국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중국 내 외국 유학생 수 50만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중국 유학생 유치 정책은 크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13년 중국 내 아프리카, 유럽, 대양주 유학생은 전년에 비해 각각 23.3%, 13%, 8% 가량 증가했다.

■“고등교육 시장화‧세계화 강화… 탈규제 경향” = 이처럼 고등교육 선진국의 유학생 유치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불리한 환경을 딛고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직접 찾아 나서려는 경쟁력 제고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신현석 고려대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고등교육의 시장화가 촉진되고 있다”면서 “국가별 양상은 차이가 있지만 대학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경우 국가가 국가경쟁력 제고에 고등교육의 역할을 인지하면서 재정지원을 통한 대학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인 반면, 미국은 주정부가 재정지원을 감소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탈규제 노력을 심화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국마다 상황은 달라도 자국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영 우송대 국제교류원장은 “한국 대학들 역시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대학은 선진화된 교육인프라를 통해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양성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한국 대학의 ‘교육수출’도 세계 교육의 다국적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대학 분교의 속내는 = 이미 해외 대학들은 교육 영토 확장 측면에서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 확장캠퍼스, 글로벌캠퍼스 등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한정된 입학자원을 찾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현재 국내에도 미국과 유럽 해외 대학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해외 대학들은 일본,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우수한 아시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송도 국제도시를 택했다. 중앙정부와 인천광역시가 1조 원을 투자해 우수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지원한 점도 한몫 했다.

지난 2011년 진해 부산경제자유구역에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분교가 해외대학 최초로 국내에 개교했다.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2012년에는 미국 대학 최초로 한국뉴욕주립대가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첫 발을 내딛었으며, 이후 2014년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가 차례로 개교했다.

한국뉴욕주립대 관계자는 “미국은 교육을 서비스 산업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며, 유럽에 밀리지 않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미국 대학들은 한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미국으로 이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게끔 하는 등 교육산업의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의 진출 동향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는 한국보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가 해외 우수 대학들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 재단 관계자는 "현재 네바다주립대 라스베가스(UNLV)가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설립의사를 밝혀 상호의향협의서를 체결한 후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뉴욕주립대의 세계 5대 패션스쿨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도 한국캠퍼스에 2개 학과 개설의사를 밝혀 지난 2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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