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맞춤형 상담 받으러 왔는데 무조건 “우리대학 지원해라”

최상위권 대학 불참 여전 ... 참여해도 형식적 부스 운영 지적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인턴기자]역대 최대 규모인 137개 대학이 참가한 2016 수시박람회는 첫 날부터 수많은 인파가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학생부전형이 주를 이루는 수시모집의 특성상 합격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속시원한’ 입시 상담보다는 “우리대학을 지원해달라”는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인지도가 있는 대학에만 인파가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여전했다. 최상위권 대학은 이번 박람회에도 불참하거나 참가해도 형식적 부스 운영에 그치면서 현장을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 참여대학들 열띤 홍보 비해 빈약한 정보 = 행사장에선 수시 정보를 얻기 위해 모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복도를 따라 몇 겹의 장사진을 이뤘다. 학생들은 대부분 입시가 현실로 닥친 고2, 고3이었다. 같은 시각, 대학별 부스 앞에서는 특색있는 복장을 차려입은 남녀 도우미들이 수험생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구체적인 입시정보를 원하는 학생들과 달리 대학들은 홍보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대학관계자들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수험생들에게 학교 브로슈어와 입시관련 소책자를 나눠줬다. 길게 늘어선 대기자들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대부분의 대학교 홍보대사들은 한복을 차려입거나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친절히 안내했지만, 일부 과도한 홍보활동도 눈에 띄었다. 몇몇 대학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거나 길을 막고 책자를 나눠줬다. 친구와 함께 박람회를 찾은 김민주(시흥고3) 양은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만 나눠줘도 충분한데 종이를 낭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은 박람회의 원래 목적인 입시정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한지수(도봉고3) 양은 “개인적인 조사보다는 도움이 됐지만 자발적으로 묻지 않으면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않아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내신 성적을 입력해 과거 자료와 비교해 주는 것 외에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면접 등에 관한 상담과 조언은 별로 없었다"며 "그냥 다들 결론적으로 우리대학에 지원하라고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학생부위주 전형과 대학별 고사가 중심인 수시박람회는 수능 중심의 정시박람회와 달리 학생들의 성적을 기준으로 합격 가능성 여부를 가르쳐 주는 '속시원한' 상담이 어려운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자기소개서 지도까지 해주는 고액 컨설팅이 활개치는 사교육을 감안하면, 수시박람회의 역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인기 대학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도 부실한 상담을 부추겼다. 상담이 밀려있어, 오랜 시간 개인별로 맞춤형 상담을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으며 그마저 번호표를 받고 긴 줄을 서야했다. 

실제 이번 박람회에 137개 대학이 참여했지만 방문객은 건국대와 동국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수도권 대형대학에 몰렸다. 일부러 줄이 짧은 대학을 찾아 분주히 뛰어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단순히 수도권 지역의 대학이라는 장점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수생이라는 임아란 양은 “이들 대학은 수시 요강을 상세하게 잘 설명해줘서, 긴 대기시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연세대와 고려대 서울캠퍼스의 성의 '대조적' = 올해 서울대는 불참했다. 지방캠퍼스가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부스를 마련했다.

다만 두 대학은 서울캠퍼스 입시상담에 있어서 대조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연세대는 서울캠퍼스에서 8명, 원주캠퍼스에서 11명의 상담인원이 배치됐다. 원주캠퍼스가 주를 이뤘지만, 서울캠퍼스도 적지 않은 입학 담당자를 파견해 친절히 상담에 응했다. 담당자의 열띤 설명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질문 쏟아내는 등 성의있는 모습이었다.

반면, 고려대는 세종캠퍼스에서 10명이 나왔지만, 안암캠퍼스에서는 2명만 나와 자리를 지켰다. 상담부스를 설치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책자를 나눠주는 세종캠퍼스와 달리, 안암캠퍼스는 별도의 상담 없이 기본요강에 대한 질문에만 답변해줬다. 때문에 상당수의 수험생은 부스에 잠시 들렀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