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 20년 콘텐츠로 국경까지 넘는다 ···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올 2학기부터 대학 10곳서 K-MOOC 시범운영 들어가
“플립드러닝 등 교수법 질 향상” 대학교육의 혁신 성큼
‘지속가능성’ 고려한 방향으로 정부 재정지원 이뤄져야
자체 기술개발 치중… 국제적 교육 트랜드 벗어날 수도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정윤희 기자] ‘열려있다. 함께한다. 참여한다.’ 고등교육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캠퍼스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강의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IT와 결합한 교육의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과 SNS로 수업부터 시험과 과제 제출까지 가능한 무크(MOOC·온라인공개강좌)가 대표적이다. 지식 전달을 위주로 하는 일방적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 교육 수요자 중심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개방과 공유, 참여와 투명성’의 이른바 ‘대학3.0’ 시대다.

대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자기 혁신을 요구 받고 있다. 개인지성에 기대고 있던  무게추는 집단지성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개인역량에 기대는 연구보다 공동의 연구와 집단 창의성, 네트워크형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지식의 세계화와 융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캠퍼스와 강의실의 장벽이 무너진 ‘대학 3.0’시대의 대학교육은 IT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이러닝이나 무크(MOOC, 온라인대중공개강좌), 플립드러닝의 도입 등 수업 현장에서의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 정부, K-MOOC 선정 대학 및 개발 예정 강좌 (대학명 가나다순) (출처=교육부 대학재정과)

■ 정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무크 시범운영 ‘박차’ = 대학 3.0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무크다. 2012년 미국 유다시티 등에서 시작된 무크는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세계 500개 이상의 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급속도로 세계 각국의 많은 관심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각 나라별로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무크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온라인 기반이라는 특이성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의 접근성도 용이해 국경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지난 4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대학의 우수한 강좌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이하 한국형 무크(K-MOOC)) 시범운영에 참여할 대학 10곳과 강좌 27개를 발표했다. 최종 선정된 이들 10개 대학에는 각 대학을 대표하는 강좌를 2개 이상 개발해 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 당 1억 원씩 총 10억 원이 투입됐다.

제공된 강좌는 현재 대학에 개설돼 있거나 개설 예정인 정규교과로 수강생은 각 대학, 교수가 정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 대학명의의 이수증(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다. 선정된 10곳 중 고려대와 이화여대는 개발한 무크 강좌를 학내 정규교과로 개설해 재학생에게 학점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한양대는 서울권역 학점교류 e러닝 과목으로 채택해 대학 간 학점인정과정으로 운영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박종오 K-MOOC진흥본부장은 “대학의 명품강의를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더불어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두 기능 중 교육면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 무크 아니어도… ‘온라인 강좌’ 개설 참여 활발 = 정부의 한국형 무크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도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무크’ 활용에 지평을 넓히고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디지털휴마니티스 센터를 열고 ‘글로벌 MOOC’ 캠퍼스로 거듭났다. ‘2015 숙명 MOOC 캠퍼스’는 페이스북·구글 ID,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세계 명문대학들의 무크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무크는 e러닝 20년 역사 속에서 핀 꽃과 같다”며 “무크는 현대 교육과 기술이 인터넷 속에서 구현된 것으로, 전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한 대학교육의 ‘혁명’을 가져오며, 누구든 최고의 교육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민주화’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K-MOOC에서 정책적으로 배제된 사이버대는 콘텐츠 수출, 자체적인 무크 진행 등 자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시아 캄보디아와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아세안 지역의 이러닝 콘텐츠 제작과 운영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서울사이버대가 대표적이다. 서울사이버대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러닝시스템인 SCU WAVE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부터 아세안사이버대학 설립 프로젝트(ACU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한 ‘아세안사이버대학 프로젝트’는 초기 회원인 4개 협력대학(캄보디아 기술대, 라오스국립대, 미얀마기술대, 베트남하노이공과대학)에 이러닝센터를 구축하고, 콘텐츠 제작을 위한 교수와 기술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ACU 프로젝트를 통해 아세안 회원국의 고등교육기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한 서울사이버대는 매년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국가의 교육공무원, 대학 관계자들에게 이러닝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로 활동무대를 넓힐 계획도 있다. 서울사이버대는 “ ACU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학의 활동 무대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학생 모집은 물론이고 개도국의 이러닝 고등교육에 서울사이버대의 콘텐츠와 노하우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자체적으로 무크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경희사이버대는 올 12월 '경희 MOOC 2.0'을 런칭할 계획이다. 주요 콘텐츠 영역은 '세계시민교육'이다. 경희 MOOC 2.0은 기존 MOOC(온라인 공개강좌)와 달리 협업을 기반으로 한 상향식(bottom-up)을 채택했다. 하버드, MIT 등 서구 영어권의 온라인 강의가 코세라, 에드엑스 등을 통해 확산하는 하향식을 택한 것에 비해 경희 MOOC2.0은 정부, NGO 단체 등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담아 '세계시민교육' 콘텐츠에 포함한다. 다양한 요구를 흡수해 주요 콘텐츠 설계에 반영하는 점이 다르다.  경희사이버대는 "국경의 경계가 퇴색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 서구 영어권 중심의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경제력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존 MOOC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경희 MOOC2.0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 ‘지속가능성’ 고려한 정부 지원방향 숙제 남아 = 전문가들은 한국형 무크의 개발·운영의 핵심 과제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정부는 무크 시범운영 대학 10곳을 발표하며 “지원비는 무크의 특징인 교수자-학습자, 학습자-학습자 간 쌍방향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질의·응답, 토론, 과제 관리 등 강좌운영을 지원할 조교 등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억 KAIST  교수학습혁신센터장(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은 무크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의 방향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무크는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저에 담긴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기여와 공유는 전세계 무크의 ‘철학’이다. 무크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과목 당 개발비 지원이 아닌 플랫폼 인프라와 전문가 초빙 등 조직 운영 구축에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제공 및 공유 등 핵심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서 수요자를 확대하고, 수료증 발급, 기업-학생간 취업 소개 등 유료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조언했다.

대학뿐만 아니라 강좌를 공개하려는 교수들에 대한 적극적 독려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는 “무크를 통해 전세계 토익자료가 모이고, 살아있는 전공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의 강의에서 자료를 꾸준히 업데이트 해 나가며 교수법 또한 향상된다”고 밝혔다. 교수들의 교수법 향상은 곧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과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이태억 KAIST 교수도 “교수들의 수업의 질 향상은 대학과 교수 개인, 학생 등 대학교육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리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 전 무크를 통해 선행학습을 하고, 본 수업시간에는 실험, 실습, 토론 및 사례연구 등 기존 강의 시간 때문에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참여학습이 가능하다”면서 “‘거꾸로 학습법’으로 알려진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과 무크의 결합은 교수·학습법의 시너지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한국형’만을 강조하거나 개별 대학의 무크개발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규태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우리 대학만의’ 혹은 ‘한국형’ 플랫폼 등 기술개발은 자체역량을 제고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칫 세계적 트랜드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면서 “자체개발에 치중하다보면 국제 표준 IT 기술발전 방향 맞추기에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 국제 기술과 수준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억 교수는 “많은 대학들이 자체 무크를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수강생 수를 확대하고 개발과목의 수를 늘리고, 분야별 손꼽히는 교수들을 확보하는 등의 문제에 기술 유지·개발까지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우려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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