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VS고용부, 일·학습병행제 논의과정서 대학 패러다임과 재정 문제까지 '신경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정부가 일·학습병행제 확산을 교육과 노동개혁의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 고용 정책을 맡고 있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양 부처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등이 극에 달한 계기는 4년제 대학들이 참여하는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시범운영 대학 13곳을 선정하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참여대학들은 기존 2학기 학제를 4학기제로 변경하고, 3~4학년 중 최대 2회, 10개월까지 현장실습을 하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IPP 학기를 운영한다. 내년도부터는 기업과 취업을 매칭하고, 3차년도부터는 NCS 기반 교육과정을 적용해 학사를 개편해야 한다.

이미 사업은 시작됐지만 사실 NCS의 4년제 대학 교육과정 반영 여부는 그 필요성조차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선정하기까지 교육부의 NCS 기반 교육과정 개발 담당부서와 협의하지 않았고, 사업이 시작된 뒤 대학들이 어려움에 맞닥뜨리자 해당 가이드라인을 교육부에서 제공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본격적인 논의를 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IPP를 시범운영하는 한 지방대 교수는 “초기 문제가 되던 현장실습 학점인정 범위는 사이버 강의나 계절학기 등으로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NCS 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해야만 하기 때문에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개별 대학이 각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기업이 참여하는 유니테크(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 Uni-Tech) 사업도 두 부처의 파열음이 크게 나는 지점이다. 이 사업 역시 초반에는 교육부에서 추진됐지만 이후 고용부와 공동 사업으로 바뀌었다. 일학습병행제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고용부의 고용보험기금 중 일학습병행제 예산에서 약 3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본사업계획은 교육부에서 모두 설계했으나 예산은 고용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은 상당한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업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예산을 쥐고 있는 고용부가 사업위원회 회의를 주도해, 교육부가 밀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 총장을 지낸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유독 대학과의 스킨십이 잦아진 점도 한몫 했다. 그는 4년제 대학에도 기업 요구에 맞는 NCS 기반 직무중심 교육과정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친 바 있으며, 각 대학에도 고용부가 관할하는 청년 고용 플러스 센터를 설치해 재학생부터 정부의 취업 지원책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 부처간 신경전이 대학협의체 사무총장 인선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는 정설에 가깝다. 대교협은 지난 3월 청년고용 촉진과 능력중심사회 구현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고용부와 처음으로 체결했다. 이후 대교협은 이원근 당시 사무총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4월 중 교육부 장관 승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재적체 해소 등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고용부와의 MOU가 교육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관계자들의 말도 나온다.

사회부총리 체제 이후 교육부와 타부처간 협업이 잦아졌지만, 교육부는 유독 고용부가 단순 정책 협업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패러다임까지 바꿔놓으려 한다며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교육부 간부는 “고용부의 우선해결과제가 청년 일자리 문제이다 보니, 고용 대상인 청년들이 대거 포진한 대학에 ‘취업률 패러다임’을 덧씌우려는 의도가 짙다”며 “대학들이 취업학원도 아닌데 교육 고유의 가치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 참여 여부를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대학평가 지표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들었다. 일단 교육부에서 결사반대로 막았다”며 “7조원이 넘는 고용보험기금을 무기로 재정에 절박한 대학들을 좌지우지 하려 하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교육부에선 고용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분위기지만 고용부는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고용부 관계자는 양 부처간 불협화음의 원인에 대해 “언급해봤자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 대학의 교수는 “대학들은 당장 재정확보가 급해 사업에 뛰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체계적인 정책이 아니라 재정지원 이후 방치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며 “어느 부처라도 좋으니 지속가능한, 그리고 좀 제대로 된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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