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원사업을 둘러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등교육 정책을 총괄해온 교육부와,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고용부가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 사업과 유니테크 사업 등 대학재정지원사업 논의과정에서 부딪치면서 '대학의 역할론'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한 IPP 사업과 전문대학들이 참여하는 유니테크 사업의 경우 국정과제인 일·학습병행제 확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사업을 구상하고 협의하는 단계에서 양 부처는 충돌하기 일쑤였고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등교육 정책과 재정지원사업을 주관해온 교육부로서는 고용부의 방식이 교육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고용부에서는 교육부를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을 가로막는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 본인이 대학총장 출신이니 대학에서부터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가능성도 높다.

교육의 고유가치를 주장하는 교육부나 산업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배출해야 한다는 고용부, 어느 부처가 정책타당성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작금의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인하 기조 속에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부처를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현실이다. 정책을 펴는 정부에서는 언제나 정책 수요자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국정 방향에 따라 대학이 움직인다면 한 대학 보직교수의 말처럼 어느 부처 사업인 게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러한 측면에서 대학은 교육부의 사업이든 고용부의 사업이든 일단 참여를 하고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가 고등교육 주무부처로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육부와 타 부처간 협업은 지난해 11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사회·문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총괄·조정하게 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과도기적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교육부의 ‘행정력 한계’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8차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거치는 동안 이 문제는 더 두드러지고 있다. 부처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말을 교육부 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고있는 만큼 교육·사회·문화 주요정책을 종합적 관점에서 수립·추진하고,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주요정책과 중장기계획에 대해 협력·조정해야 하는 부처인데도 교육부는 필요한 재원과 행정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만 보더라도 국장급에 불과한 사회정책협력관 자리가 신설됐고, 다른 관계부처 인력이 10여명 파견됐을 뿐이다.

경제부총리는 예산 계획과 집행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기 때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대조적이다. 이번 사태 역시 ‘고용보험기금’이라는, 탄탄한 재정을 갖춘 고용부의 위세를 확인하게 한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각 교육청 관할 하에 자율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은 그야말로 각 중앙정부 부처의 단위사업으로 나뉘져 있다.  이래서야 고등교육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황우여 부총리가 취임한 지도 1년이 지났다. 교육부장관인 그가 사회부총리를 맡는 이유는 그만큼 교육이 우리 사회의 먼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필수적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고등교육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된 고등교육 재정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GDP 1%의 고등교육 재정을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집행할 것이 아니라 별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매번 기재부와 고용부 등 타 부처의 눈치를 보면서 대학 정책을 펴는 구조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과 창조경제, 교육한류를 외치는 시대에 뒤떨어진다. 대학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립기금을 운영하고 체계적인 고등교육 개혁과 발전을 추진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때가 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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