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위기 속 역할 고민…12월 중 중장기발전계획 선포

“자발적 대학구조개혁 유도하되 한계대학에는 강력한 대책 필요”

▲ 김혜천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중소규모 사립대들의 위기 상황에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까지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 향후 사립대 교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혜천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출신이다. 그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연구와 정부 자문을 맡아왔다. 지역 사학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세계 명문대학들의 국내 분교 설립과 MOOC 등 온라인 고등교육 시스템의 확산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

김 이사장은 7개월여 동안 급격한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대비해 사학진흥재단의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창립 27주년을 맞는 오는 12월 3일 ‘비전2020’을 선포할 예정이다.

-취임하신지 9개월여가 지났다. 소회는
“20년 이상 사립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사학진흥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략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재단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 사립학교, 특히 사립대학을 위해 평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중요하고 또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학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시설환경 개선, 대학생 주거비 절감을 위한 행복기숙사 사업, 대학 정보화진흥사업, 컨설팅사업, 대학위탁관리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가피하게 퇴출된 대학들의 학사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학진흥재단의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단계까지 사립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시설융자 지원사업이 가장 핵심 사업이다. 1989년 재단이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1700여개 사립학교에 약 2조6500억원을 지원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열악한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 재단의 시설융자사업은 사립학교의 교육환경개선에 큰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기금은 정부출연금이 절반을 차지하며, 순환출자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립대 교수 경력이 업무 파악과 진행에 도움이 됐나.
“사학진흥재단의 설립 목적은 말 그대로 사립학교 진흥인데, 의외로 사립대학에 계시는 운영진과 총장님들께서 사학진흥재단의 역할을 잘 모르고 계신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재단이 위치한 대구경북(지역 소재 대학)총장님들 모시고 재단의 업무를 소개하고 앞으로 지원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 앞으로 전국 대학 총장님들의 의견도 청취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 수익형 부동산 매각이나 수익사업 등의 규제 완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사실 굉장히 높다. 최근에 등록금 규제도 강해지고, 인하까지 하다 보니 더 어렵다. 사립대학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나 수익용 재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은 기본재산 처분 등 여러 규제들이 남아있다. 재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또는 여타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규제 완화로 대학에서 각종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대 투자한다면 리스크도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 발생에 대한 지원이나 컨설팅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MOOC가 급속도로 몰려오면서 대학의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국대학신문에서 이현청 명예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MIT, 하버드, 프린스턴대 등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통해 앞으로 고등교육 수요 절반을 온라인으로 이동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었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정부에서 K-MOOC 강의로 전국 10개 대학을 선도대학 사업으로 선정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사학진흥재단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현재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중인 만큼 대학의 위기 여건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부실대학 법인의 퇴출경로를 열어주자는 대학구조개혁법 조항이 극심한 반대로 제외될 전망이다.
“교육부에서도 평가의 초점을 대학 퇴출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에 맞추겠다고 밝혔고 나도 동감한다. 다만 정부의 지원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급감, 세계적인 외국대학들의 국내 진출, MOOC 등 온라인 교육 확산 등으로 퇴출대학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당과 일부 교직원들이 대학구조개혁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퇴출대학 교직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 실제 부실대학이 된 책임이 있는 법인에 너무 많은 재산을 가져가도록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것 등을 들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90~100여개 대학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5년간 위기 대응과 구조변화, 통폐합 문제에도 세밀하게 경영컨설팅을 해왔고, 재산위탁관리와 이미 퇴출된 대학의 학사관리도 맡고 있다. 앞으로도 한계대학들이 생길 경우 일부 대학은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겠지만 일부는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는 방식이 같이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자발적인 퇴출시에도 여러 지원방안이나 대책을 수립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겠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방식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평가 하위 등급은 강력한 경영개선 또는 퇴출 조치 방침이었는데, 황우여 부총리는 대학이 무엇이 부족한지 살피겠다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나름대로 대학이 맡은 역할이 있고 특성화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대학 특성화 사업이나 프라임 사업 등 재정지원사업 평가 과정에서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강한 대책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임기간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의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고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들이 주로 하드웨어 중심으로 지원해왔다. 이젠 교육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각 분야 내부 및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우기 위해 고민 중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지원할 필요는 없고, 어려운 대학부터 우선 지원할 것이다. 어렵지만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들의 특성화를 돕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자발·비자발적 퇴출에 직면한 대학에는 재산위탁관리나 교직원 사후관리, 잔여재산 처리문제 등을 종합적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교육부와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사립대와 법인 교직원들에게 격려 한 말씀.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이 국공립대에 집중되다보니 사학들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는 등록금까지 동결되니 구조개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수한 인재 80% 이상을 배출하는 사립대 교직원과 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우선 전하고 싶다. 새로운 여건에서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관계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김혜천 이사장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김혜천 이사장은…
1954년 경남 김해 출생.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한국도시행정학회장을 역임했다. 2008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대전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제10대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 국무총리실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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