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행정감사분야 1호 박사, 조봉래 서울과기대 사무국장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공무원 같지 않다. 만 37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시종일관 적극적이다. 조봉래 서울과기대 사무국장의 솔직한 첫인상이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때문일까. 하지만 그는 스스로 공무원이 천직이라고 했다.

조 사무국장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교육청, 교육부, 국무총리실을 두루 거쳤다. 인사와 행정감사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며 공무원으로서는 드물게 팬클럽까지 뒀다. 교육부 대학정책실 전문대학정책과장 시절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정책 추진 등 적극적인 행보에 전문대학가에서 그의 팬클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 흔히 교육부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항상 즐겁게 일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매일 학교를 돌면서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교내 마을버스 정류장 설치가 난관에 부딪히자 구청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거듭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해결이 됐어요.”

즐겁게 일하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적극성을 팬클럽까지 만들어진 비결로 꼽을만 했다. 지난해 서울과기대가 교육부 직원역량 강화평가에서 미흡 평가를 받자 멘토링과 성과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1년 만에 우수평가 기관으로 끌어올렸다.

처음 공무원이 된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룬 성과인 까닭이다.

“아버지가 1살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제가 15세 때 쓰러져 18세 때 돌아가셨습니다. 부득이하게 인문계 고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상고에 갔어도 늘 시간을 쪼개 공부했습니다. 인문계 책을 구해 홀로 독학하곤 했습니다.”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노력 끝에 사관학교에 합격했지만 늑막염 판정을 받아 입학이 좌절됐다. 1년간 병원신세를 지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루 20시간씩 독하게 공부했다. 매일 3시간 자며 공부했지만 늑막염은 다시 도졌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신문의 9급 공무원 선발공고였다.

“우체국에 합격 전보를 받으러 갈 때 기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9급 공무원이 작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받은 합격 소식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였습니다.”

공무원이 되고서도 그의 ‘공부하는 인생’은 멈추지 않았다. 국내 행정감사분야 1호 박사가 된 것도 끝없는 공부 덕분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1년간 한 뒤 특전사로 입대했는데 그 3년 동안에도 행정학과 토플 공부를 했습니다. 제대하고 대학에 입학하며 직장과 공부를 병행했어요.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육체적인 노동을 해야 했다면 하루 4시간 공부도 힘들었을 겁니다.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게 기뻤어요.”

대학을 마치자마자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해 또다시 공부에 매진했다. 박사과정을 거칠 땐 하루 2시간 자고 출근하는 일이 계속됐다. 그런 열의로 그는 2001년 행정감사분야의 첫 박사 학위를 받는다. 행정감사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다보니 교육계에서 그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한국교원대에서 열리는 전국 교장 자격연수에서 감사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13년째 강의하고 있다. 그는 심각한 부정으로 지적받는 사례보다는 감사에 대한 무지로 인해 지적받는 사례가 많다며 회계 교육을 강조했다.

“회계를 몰라서 반복적으로 감사에 지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하면서 일반음식점인 줄 알고 결제를 했는데 알고보니 유흥음식점으로 분류된 경우도 많거든요. 또 조교 등 회계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실수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이렇게 몰라서 지적을 당하고 옷 벗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정부와 대학에서 철저한 예방감사와 회계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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