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길(건양대 행정부총장)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으로부터 최근 필자의 관심을 끈 뉴스가 들려왔다. 우리나라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 56만4000명 중 72.6%(약 40만9000명)가 취업했다고 한다.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이 지난 1994년(70.5%) 이후 21년 만에 70%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매년 5월 문부성과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대학생 취업률’은 올해 96.7%로 2008년(96.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학생 취업률이란 일본 대학 전체가 아닌 일부 표본 대학으로 집계하고 취업률 수치에 구직을 하지 않는 학생은 포함되지 않는 등 우리나라의 취업률 산출 통계 환경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부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인 우리나라 청년들이 최근에는 인간관계와 내집마련까지 포기해 ‘오포세대’로 일컬어지는 지금 시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청년취업 현황은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더욱 심각하게 와닿는다. 일단 지난해 우리나라 대졸자의 취업률은 58.6%로 10명 중 6명이 직장을 얻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4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29세 실업자는 41만명으로 IMF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00년 40만2000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전체실업률 3.9%보다 높은 10.2%다.

졸업 후 직장을 갖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기에 필연적으로 학자금 대출자들의 상환연체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액은 올해 6월말 기준 12조3149억원으로 지속적인 상승추세에 있으며 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불량자는 올해 6월 기준 2만915명으로 지난해 말 2만231명보다 700여명 늘어났다. 취업 후 갚는 학자금 대출인 역시 장기 미상환자가 2013년 말 1000명에서 2014년 말 1만3000명으로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새로 만들어진 신조어가 청년들이 실업 상태에서 빚까지 지게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이다.

더 늦기 전에 진지한 성찰과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희망이다’라는 공허한 캐치프레이즈는 더 이상 청년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재계에서도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통큰 결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치권의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다. 대기업 CEO에서부터 작은 중소기업 사장님까지 우리의 젊은 청년들을 우리 사회의 미래 핵심동력으로 보고 투자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대학 역시 바뀌어야 한다. 줄어가는 학령인구에 치열해져가는 학생모집경쟁으로 인해 좋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에 배출하는 대학 본연의 책무가 잊혀지지는 않았는지 자성해봐야 한다. 교수라는 직업을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매우 제한된 틀에서 해석하고 있다면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가르친 제자가 전국 어느 기업에서도 원하지 않는 인재라면 그것은 교수 스스로가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제자를 위해 스승이 직접 발로 뛰는 것을 ‘취업청탁’이 아니라 ‘인재제공’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떤가.

최근 교육부에서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대학에서 길러내는 인력을 매칭하기 위한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의 인력 수요 전망을 정부가 제시하고 대학이 그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전공을 운영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게 잘 운영된다면 전공과 연계된 직장에 취업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고 전체적으로 취업률과 취업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이며 2026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 비율은 2015년 현재 18.1명이지만 2060년에는 무려 77.2명에 달한다고 한다. 향후 3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이자 주역이 될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주고 있는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그 청년들의 희망과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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