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된 교육제도가 또다시 10년도 안 돼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2009년 개원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야기다.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는 로스쿨 도입 이후 순차적으로 인원을 줄여왔고 2017년에는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한 정치권에서 사시존치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특히 이번 사시존치론은 총선과 맞물리면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한번 법조인 양성제도라는 중요한 교육제도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샤워실의 바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이 정부의 지나친 시장경제개입에 반대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인데 교육정책에도 꼭 들어맞는다. 샤워실에서 물을 틀면 찬 물이 나오는데 바보는 이를 못 참고 더운 물쪽으로 수도꼭지를 크게 돌려버렸다가 뜨거운 물이 나오면 놀라서 찬물로 돌려버리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샤워실의 바보를 만드는 건 언제나 정치다. 특히, 총선이 가까워오자 최근에는 지역구 민심과 사회적 여론에 민감한 국회가 일관된 교육정책 시행을 가로막는 주범이 되는 일이 잦다. 수능이 조금이라도 어렵게 나오면 쉽게 내라고 아우성을 친다. 예년보다 쉽게 나오면 변별력을 잃었다고 비난한다. 외고와 과학고, 자사고가 인기를 얻으니 너도나도 지역구 숙원사업으로 유치전을 펼친다. 광역시도별로 특목·자사고가 넘쳐나자 이번에는 비싼 학비와 설립취지와 다르게 운영된다면서 지정취소하라며 윽박지른다.

지역구 여론이 지극히 민감한 총선을 앞두고 국회를 중심으로 사시존치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로스쿨 도입은 1995년 문민정부 시절 처음 거론됐고 12년 만인 2007년에 참여정부 때에 이르러서야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여야가 없었고 법조계와 학계도 동의한 일이다.

로스쿨의 설립은 기존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체계로는 국제화·다원화 시대에 부응하는 법조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법시험은 합격률이 3%에도 못 미쳐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마을에 플래카드가 나붙고 지역유지들이 축하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신분상승’의 의미가 컸다. 로스쿨은 법조인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인만큼 법조계의 반발은 크다. 변호사협회 회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변호사가 늘어난 환경도 반로스쿨 정서를 부추긴다.

하지만 완벽한 제도는 없다. 정책을 얼마못가 수 차례 바꾸다 보면 남는 것은 누더기 제도 뿐이다.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높아진다. 정치바람이 거셀때일수록 당초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돌아보아야할 것이다. 로스쿨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