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비용‧조건 맞는 기업체 찾기 어려워”

중소기업선 당장 투입 가능한 석박사생 더 선호
일정인력 경제상황 고려없이 매년 채용도 어려워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가 실업난 극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비용과 조건에 맞는 기업체를 찾기 어려운데다 실제로 중소기업 현장에선 대학생보다는 석·박사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교육부는 최근 제1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등 ‘사회맞춤형 학과’를 통합 확대·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해 청년 실업 해소와 기업의 인력 수급, 두 가지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학생인 학부과정보다 석·박사과정에 더 적합해 사실상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의 확대가 갓 졸업한 대학생 취업에는 별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5년도 현재 계약학과는 4년제 대학(캠퍼스 포함) 88곳에서 설치, 운영 중이다. 이들이 개설한 학과는 총 281개다. 이중 신입생이나 편입생을 선발,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곳은 13개 대학 19개 학과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는 채용을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해 학과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학과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유치에 힘쓰고 있다. 각종 국가 지원 사업 선정과 대학평가 등에서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이들 대학 대부분은 조건에 맞는 기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4년간 학과 운영비용의 50% 이상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체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서울대 오창환 기획팀장은 “학과 운영비용 지원과 졸업생 채용 등의 부담이 커 중소기업 측에서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일정 부분 신입인력 채용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회사와 경제 상황에 따라 실제 인력 수요가 유동적인 것도 문제다.

실제로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다솔회계학과와 예원예술대의 스포츠격기에이전시학과는 산업체의 수요 부족으로 올해까지만 운영된다.

예원예술대 노진수 기획팀장은 “연계된 산업체 측에서 인력 수요가 없어 기존 학생들만 유지하고 더 이상 모집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기업체에서 무조건 요구한다고 계약학과를 개설할 게 아니라 업체 선정에 있어 인력 수급이 계속 가능한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기획·평가팀 박근영 계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4년 뒤 회사 경영 상황이나 인력의 수요, 해당 학생의 역량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건 쉽지 않는 일”이라며 “더욱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미래의 인재보다 당장 전력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의 학부 개설 자체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학부생보다는 석·박사생을 선호하는 것 또한 대졸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실제로 부산대와 석사과정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는 모 기업 관계자는 “학부생 보다는 대학원생들이 보다 우수하고 전문적인 인재다”라면서 "학부생은 굳이 계약학과를 통하지 않더라도 공채를 통해 채용할 수 있데 석박사의 경우 공채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석박사 계약학과 과정을 더 개설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 역시 “아무래도 중소, 중견기업이다 보니 채용규모가 크지 않다. 때문에 인력이 필요할 때 바로 채용해야 하는데 신입생(학부생)을 뽑으면 적어도 3,4년을 가르치고 키워야 되고 업무를 습득할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기업에선 정작 그럴 여유가 없다”며 “이런 부분이 채용형 계약학과를 학부로까지 확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 역시 학부 수준의 인력은 전문 인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들 기업의 판단에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계약학과에 대한 기업체들의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기청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 계약학과를 설치, 운영할 경우 기업규모에 따라 운영비용을 지원한다. 중견기업은 30%, 중소기업의 경우 적게는 65%에서 많게는 100%까지도 지원받는다. 기업들은 학생들 연구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5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중기청 인력개발과 이정민 계장은 “정부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학부 수준의 인력은 전문 인력으로 보기 어려워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의 학부 개설이 기업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학부졸업자보다 석박사생들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 청년 실업난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현옥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34세 미만까지 본다.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불만이고 대학원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혜택이라고 보는 것”이라면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확대 정책은 고용대책 중 하나일 뿐인데다 고학력 청년층에겐 오히려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책만 가지고 청년고용정책이 효과가 있다 없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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