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벗어나 '지적 도둑질' 엄격하게 다뤄야

대학정관, 학계·정부 연구윤리 지침 따라 개선 '시급'
부실검증·표절 논란 없도록 명확한 기준과 지침 필수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서울교대 총장 후보자와 동국대, 창원대 총장의 연구 부정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논문 표절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총장의 연구부정은 그 의혹만으로도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사안이다. 전국 대학 총장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총장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논란, 막을 방법은 걸까.

■ 논문 표절부터 부실검증 논란까지 대학가 잇단 홍역 = 창원대에서는 최근 일부 교수들이 현 최해범 총장의 연구부정 행위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지난 12일 창원대 일부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진실성 실천연합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해범 총장의 논문 50여 편이 자기표절이며, 그중 10여 편은 최근 5년 내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창원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4월 당시 후보자였던 최 총장의 연구윤리검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위원회는 검증시효는 5년으로 놓고 이같이 결정했다. 일부 교수들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창원대는 후보자의 연구윤리검증을 부실하게 한 셈이다.

창원대 연구진실성 실천연합 소속의 한 교수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허위 검증을 한 것이다”며 “최 총장은 최근 5년 동안 연구부정을 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교수들이 직접 표절 검증 프로그램을 이용해 돌려본 결과 10여 편이 표절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사실무근이라 반발하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러드는 대신 증폭되고 있다. 창원대 교수들은 교육부에 대한 추가 진정서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동국대도 한태식(보광스님)총장의 논문 표절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한 총장의 논문 2편이 표절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사회에 중징계를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동국대 이사회가 지난 6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징계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정관에 따라 한 총장의 징계안을 기각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동국대학교의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 비상대책위원회는 “표절총장에 면죄부를 준 이사회를 불신임한다”면서 “동국대에서는 어떤 표절을 해도 3년만 지나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국대 학생들은 서울 조계사 앞에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 면담을 요청하는 1인 시위와 150km 도보순회에 나서는 등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대학별 연구윤리 지침 다르고 ‘5년’ 면죄부 여전 =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데에는 여전히 당사자들의 연구 윤리 의식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파동이 일어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학과 학계의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과 지침이 미흡하다는 게 대학가 중론이다.

김상현 성균관대 교수(러시아어문학과)는 “학자의 학문적 양심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떤 시기였든 표절을 해선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개인의 비양심적, 비도덕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총장후보에 등록된 교수들의 연령대는 56~63세 정도 되는데, 이들에게 최근 강화된 표절 기준을 들이대면 모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기준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에 무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증시효도 여전히 논란이 된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서는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였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며 논문 검증 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창원대는 이에 따라 총장 후보자 논문에 대한 검증시효를 5년으로 상정하고 검증을 진행, 통과시켰다. 하지만 학계 내외에선 이런 시효가 사실상 연구부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거세다.

그러나 실제 한국연구재단 지정 연구윤리정보센터에서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검증 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학계의 중론과 규정 지침의 개정 사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 신속하게 관련 규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논문 표절 문제가 크게 공론화 된 것이 2006년 참여정부 당시 김병준 교육부장관 청문회였다. 학자들이 그 이전까지는 사회적 관행이라 말하는 게 설사 통했을지라도 표절 문제가 공론화된 10년 전부터는 표절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정책연구를 통해 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연구윤리 지침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간 모호한 기준이나 논문 부정행위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부족해 대학마다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윤리교육학)는 “표절에 대해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접근해 유사성만을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는 등 악용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연구 성과를 출처 없이 사용하는 등 연구 윤리에 어긋나면 엄격하게 재제해 ‘지적 도둑질’은 절대 해선 안 된다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과)는 “학계에서는 좋은 연구가 무엇이고 어떤 보상을 받는지 좋은 사례를 선배, 후배 학자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학에서는 좋은 학자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논문을 양산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대학 운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논문 개수에만 매달릴 경우 논문 표절과 연구부정 행위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교수도 “연구윤리위원회 심사 위원 구성을 대학 내부 3명, 외부전문가 혹은 타학교 위원 7명로 이런 비율을 마련해 객관성을 먼저 확보하는 것 중요하다”며 “또한 단 한 번의 심사보다는 복수의 심사 절차가 있어서 오판과 주관적 해석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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