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주인은 학생, 학생 만족도가 최우선

학과 특성화로 핵심역량 제고, 인성교육도 강화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작지만 강한 대학’ 초당대가 신임 총장과 함께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당대 총장으로 취임한 박종구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총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30대에 아주대 기획처장을 맡고 공직에 진출한 뒤 40대에는 교육부 차관까지 역임했다. 이후 아주대 총장 직무대행과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을 거쳐 초당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초당대라는 작은 지방대 총장에 취임했다는 사실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박 총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분명한 철학을 갖고 대학을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학생 만족도 우선', '핵심역량 강화', '인성 교육'의 3C가 그것이다. 취임하고 한 학기를 보낸 그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직접 만나 들어봤다.

- 초당대 총장으로 부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른 곳에 갈 기회도 있었지만 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보니 총장이라는 자리에 교수로서의 로망이 있었다. 규모를 떠나 대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으로 수락했다. 설립자인 김기훈 이사장의 건학 이념에도 공감했다. 고향이 이곳인데 제사 때 외에는 내려오지 않는 고향에 대해 봉사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 부임하고 나서 지금까지 소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기 전부터 지방대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막상 와보니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도권에 비해 모든 것이 떨어지고 특히 맨파워가 약하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당대만의 발전 전략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모색하던 지난 몇 달이었다. 지방대학의 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지방대는 신입생 선발, 취업이 최우선인데 연구실적 같은 기준으로 구조개혁평가를 밀어붙이니 지방대가 밀린다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보나.
“대학은 하나의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점은 불가피하다. 시대의 흐름 문제도 있다. 다만 많은 지방대 총장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그런 것이 잘 반영되는 평가가 이뤄졌으면 한다. 그동안 장단점을 분석하고 고민했다. 이제 어디에 역점을 두고 끌고 나가겠다는 나름대로 구상이 잡혔다.”

- 초당대를 분석해보니 어떤가.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초당대는 실용적 학풍의 대학이다. 실사구시 대학이라는 말이다. 항공이나 조리, 간호 같은 전공을 강조하는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초당대의 미션은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4년간 잘 교육시켜서 사회에 인재를 진출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학부 중심, 교육 중심 대학이지 서울대처럼 연구 중심은 아니다. 그러기에 학부교육, 취업, 실용적 지식 전달에 집중하는 것이 초당대가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한다.”

- 학교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뭔가.
“일단 취업률이 비교적 높다. 지난해 6월 기준 취업률이 73%였다. 12월 기준으로는 80%에 가깝다. 올해에는 그것을 넘길 것이라 확신한다. 대학의 취업률이 80%를 넘는다는 것은 취업 고민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취업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항공이나 간호, 조리학과 중심으로 특성화를 추구하는데 나름 경쟁력이 있다. 특히 항공분야 학과가 아시아나항공과 포괄적 MOU를 맺으며 상당히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면 학생 수가 4000명이 채 안 되다보니 가용재원이 많은 편이 아니다. 학생 복지나 투자 등에 제약이 있고 구조개혁 투자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쓸 곳은 많은데 부족하다. 그게 첫 번째 핸디캡이다.”

- 맨 파워가 약하다는 말을 했다.
“개개인 품성이나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어느 대학에도 차이가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경험이 부족해 경쟁력이 부족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강해주고 유도, 자극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다. 그것을 통해 초당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 부총장을 선임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나.
“우리 학교 규모에서 부총장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필요하면 얼마든지 둘 수 있다. 다른 대학 부총장으로 있을 때도 규모는 초당대의 두 배였지만 거의 유일한 부총장이었다.”

- 총장으로 취임하며 3C를 강조했다. 3C의 핵심은.
“먼저 고객우선(Customer first)이다. 실질적인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 만족도가 극대화돼야 한다. 험난한 구조조정 시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학과 특성화로 핵심역량 강화(Core Competence)가 그 다음이다. 전공교육과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하다보니 인성과 품성 교육에 소홀히 하게 되는데 인문학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그래서 셋째 인성과 품성이 전공교육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Character)는 것이다.”

- 교육부에서 산학연계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인문학을 강조한다. 인성과 실사구시의 균형이 참 어렵다.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결국 투 트랙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을 강조한 계기는 폴리텍대 이사장으로 있을 때 기업 CEO들이나 인사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양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당장 과장급으로 승진시킬 때 딜레마가 있다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재가 볼트, 너트만 조이면서는 인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폴리텍에서도 영어, 한국사 교육을 강화했다. 4년제인 초당대 졸업학점이 135점인데 90점을 전공에 배정하고 나머지는 넓은 의미에서 교양에 적절히 반영하려 한다.”

- 인터내셔널 데이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번역하자면 유학생의 날이다. 200여명이 외국유학생으로 2017년에는 4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경써야 한다. 1년에 한두 번 지정해 공연도 하고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발휘하는 날로 삼았다. 90%가 중국과 베트남인데 국적을 다양화하면서도 동시에 특정 국가에 집중하는 전략도 동시에 취하려 한다. 인터내셔널 데이를 정례화할 생각이다. 한 학기 한 번은 유학생 대표와 간담회도 진행할 것이고 유학생들을 수용하는 기숙사 등 관련 시설도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등 여러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 지방대가 어려운 가운데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항공·조리·간호 외에 추가적으로 역점을 두는 것은 공무원 양성이다. 다양한 형태의 공무원을 배출하며 초당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일 것이다. 공직을 오래해서 노하우 좀 있다 보니 그쪽에도 역점을 두려한다.”

- 공직에 있을 때 교육부 차관까지 역임했다. 현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피평가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코멘트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기본방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대학의 크고 작고 하는 규모에 따라 그리고 수도권, 비수도권 소재지의 차이와 특수성 등이 적절히 반영돼야겠다는 생각이다.”

- 학령인구 감소 등의 위기에 맞선 미래대학의 생존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학령인구 감소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맞춰 각 대학들이 적응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대학 운영으로 들어가면 (손봐야할)빈 구석이 많다. 경영 효율화를 해야할 부분이 아직도 꽤 많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 보직교수들에게 기본적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준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것이 있었다. 인프라가 구축돼야 초당대가 지속가능한 학교가 될 수 있다. 다른 대학들도 해당 대학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야 한다.”

- 인생철학이 궁금하다.
“북송 신종 때 왕안석을 재상으로 세우려고 신하들에게 평을 물었다. 그러자 그 중 하나가 ‘왕안석은 소처럼 우직해 중단하지 않고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이라는 먼 길을 가려는 왕이 흡족해하며 발탁했다는 기록이 있다. 개인적으로 소 같이 우직하고 성실하게 가려 한다. 구절로는 <목민심서>의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를 하나의 소명으로 삼았다. 좁은 의미에서는 초당대 총장, 넓은 의미로는 공직자라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겠다.”

-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학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총장으로 구성원들의 기억에 각인됐으면 좋지 않겠나. 초당대의 기초 기반을 구축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 초당대를 제대로 된, 반듯한 대학으로 기초를 다진 총장.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 박종구 총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아주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3년에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으로 부임했다.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을 거쳐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2009년 아주대 교무부총장으로 복귀해 2010년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을 지낸 후 올해 초당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한국재정학회 학술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재익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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