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사라지는 미래 대비 협력 강화·현지 선점 등 대학가 분주

학령인구 급감… 고등교육 수요 증가하는 중국이 대안으로
한양대 등 대학가 산학·교육 등 교류 확대… G2교육에 눈길

※글 싣는 순서
<1> 학계·산업계 상생을 주도한다
<2> 접근성·편의성, 스마트시대 입시가 달라진다
<3> G2시대 선도한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앞으로는 교육의 국경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이 국제화다. 특히 입학자원 부족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현 시점에선 대학의 국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6일 취임 1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의 국제화를 특별히 강조했다. 대학에서의 국제화는 세계 유수대학들과 손잡고 △학생교류 △산학협력 △공동연구 △해외취업지원 등을 함께 고민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의 역량까지 강화한다는 의미다.

■美‧中과 교육‧산학부문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선 대학가 = 특히 우리 대학들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특히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초강대국인 미국 등 2개국과 의 다양한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미국은 글로벌 리더일 뿐만 아니라 대학 또한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실시하는 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와 영국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등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00년대에 들어 엄청난 속도와 팽창력으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들이 미국과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국제화 파트너로서 이들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들과 협약관계를 맺은 대학들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지난 7월)에 연세대가 미국 MIT의 지구변화 과학 및 정책 연구소와 손잡고 ‘기후변화와 경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아주대는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대와 약학분야 교류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중국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한양대는 최근 칭화대를 비롯 베이징외국어대, 지린대, 시안자오퉁대 등 중국 대학 4곳과 전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베이징외국어대와는 내년부터 양교 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상대 학교에서 체류하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연구도 함께 한다. 건국대는 지난 4월 중국 후난이공대와 합작학과를 개설해 교수와 학생 교류 및 연구 협력 등을 강화하고 커리큘럼 등 교육자원 공유에 나섰다. 또 후난사범대와도 학생 교류, 공동연구 등을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기업과 함께 공동 협력하기도 한다. 부산대와 LG전자는 지난 6월 중국의 시안자오퉁대와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공동연구 및 협력에 관한 3자간 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향후 부산대와 LG전자, 시안자오퉁대는 각 기관이 가진 연구 분야의 강점을 살려 에너지 시스템의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긴밀한 공동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 이제는 G2시대 고등교육 수요 넘치는 중국으로 간다= 이렇게 대학들이 미국, 중국과 각각 교육, 산학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학이 'G2(Group of Two)’시대에 맞는 고등교육정책을 펼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2국가가 경제대국만이 아니라 교육시장으로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만큼 우리나라 대학도 이들과 교육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경제사회개발부 교육보건팀 양혜경 연구원은 “더 이상 미국과 중국은 정치, 경제로서 G2국가로 분류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세계 고등교육 랭킹에서 늘 최고의 교육시스템으로 손꼽힌다. 또한 중국은 고등교육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나라다. 학생 유동 인구 면에서도 중요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학령인구감소로 학생모집을 주변 국가에서 해야 하는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또한 산학협력에서도 중국기업이 높이 평가된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볼 때 ‘G2교육론’은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제대로 노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승렬 전국대학국제처장협의회장(국민대 국제교류처장)은 “과거의 우리 국제 교육은 미국, 즉 영어에 편중돼 왔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들어 와 있는 유학생은 중국인이 다수다. 다양화 되는 국제화 교육도 좋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 맞춘 'G2 교육‘에 대해서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G2는 세계 경제질서와 안보 등 세계의 주요 이슈를 이끌어 가는 영향력 있는 두 나라를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과 중국을 가리킨다. 2006년 무렵 미국 학계에서 처음 대두됐다. 2009년 1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수교 3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서 지미 카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가 ‘G2 회의’를 주창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모든 차원에서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G2론’이 더욱 부각됐다.

<한양대, ‘상하이센터’ 발판 中대학과 협력…G2시대 이끈다>
중국어 전공지식 갖춘 인재 양성 박차

최근 ‘G2 언어소양교육’ 제도를  도입한 한양대는 G2시대에 특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대학으로 꼽힌다. 이 제도로 한양대는 내년 신입생부터 영어와 중국어 능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졸업을 유예시키기로 했다. 중국어를 대학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정한 것은 국내 대학 중 한양대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영어와 중국어에 대한 의무 이수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해당 언어의 공인 인증시험 성적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영어는 토익이나 토플, 중국어는 HSK 등을 기준 시험으로 검토 중이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G2 시대에 걸맞게 영어와 중국어는 물론 전공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학내 중국 유학생이 많은데, 한국 학생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각종 창업활동을 적극 돕기 위해 기본적 언어능력을 길러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양대는 중국어 강의가 가능한 인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문화원 공자학교 유치 등을 준비 중이다.

이 총장은 산학협력과 연구에 있어서도 G2시대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세계 정상급의 연구 추진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석학을 모셔와 연구를 진행하고, 글로벌 기업에 R&D 연구소를 유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협력의 경우, 현재 상하이와 산호세, 뉴욕에 창업기지를 세운 상태다. 여기선 국내 학생들과 외국 학생들을 하나의 팀으로 엮어 외국학생들의 출신국가에서 동반 창업을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 상하이센터
한양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해외 법인인 ‘한양대 상하이센터’(상하이센터)를 개설했다. 산학협력 사업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핵심 거점 확보와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양대가 2001년 중국 상하이자오퉁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설립한 상하이 IT(정보통신)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센터가 전신이다. 현재의 법인 형태로 전환한 것은 2007년이다. 상하이센터는 산학협력팀, 경영교육팀, 교육문화팀 등을 갖추고 대학 기술 이전 사업, 최고경영자과정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센터가 진행하는 ‘중국최고경영자과정’은 현지 한국 기업인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과정은 한양대 글로벌 MBA와 상하이자오퉁대 금융 MBA가 함께 만들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 교수, 상하이자오퉁대 경제정책연구소 구젠광 소장 등 중국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인 강사진이 포진했다. 이 과정은 중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수료증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최고경영자과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상하이센터는 현지에서 산학협력과 한·중 간 교육문화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협력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상하이센터를 통해 한양대에 입학하는 중국 유학생이 연평균 250명이다. 또 한양대 학생을 대상으로 센터 내 인턴사원으로 채용하거나, 사회봉사단과 협력해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국제협력처를 통해 어학연수생을 보내는 등 재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이 ‘글로벌 프로젝트 인턴십’이다. 한·중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출근형’이 아니라 ‘프로젝트형’이다. 기업으로부터 과제를 받아 학생들이 팀을 이뤄 중국 현지에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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