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 대신 설립자실로 명패 바꿔달고 여전히 출근

대학구조개혁평가 예비하위그룹 포진에 보직교수 전원 사임
야당의원들 "국정감사에서 허술했던 교육부 감사 지적하겠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의 자리에서 해임된 지 50일이 넘었지만 상지대 사태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미지근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동안 김 전 총장은 총장 대신 설립자로 이름표를 바꿔달고 학교에 출근하고 있다. 구조개혁병가에서 예비하위그룹으로 분류된 상지대가 결국 최종결과에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보직교수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생겼다. 야당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의 허술했던 감사를 지적할 예정이다.

지난달 9일 상지학원 이사회가 김씨의 총장 해임안을 가결했지만 상지대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찾기 힘든 상황이다. 징계위원회의 징계 절차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해임됐기 때문에 그 적법성을 두고 소송의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는 이사장의 징계의결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이사장은 교육부 시정요구 및 임원취임승인취소계고 취소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법률기관 등에 의뢰했던 총장 해임 적법성에 대한 자문결과는 김씨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 2대1로 나왔다. 교육부는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법을 뛰어넘어 움직이기엔 제약이 너무 크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원이나 상지대 비대위 측은 교육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했다.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처음 교육부의 감사부터 잘못됐다. 파행을 거듭했던 이사회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감사가 진행된 것인데 정작 감사는 상지학원 이사회가 아닌 상지대에만 집중됐다. 감사 자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해임 법률자문결과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야당의원들은 9월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의 허술했던 상지대 감사를 지적하고 재감사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내부는 보직교수 전원 사임 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최근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서 예비하위그룹으로 분류돼 2단계 평가를 받았던 상지대는 최종 결과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됨에 따라 지난 25일 총장직무대행과 부총장을 비롯한 모든 교무위원들이 사임했다.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그룹으로 포함되면 해당 대학은 정원감축을 비롯해 신입생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 등이 제한된다.

김문기씨는 총장에서 해임되자 총장실의 명패를 설립자실로 바꾼 뒤 계속해서 학교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지학원 설립자 문제는 대법원에서 원홍묵씨로 결정난 사항이지만 상지학원 이사회 등은 여전히 김씨를 설립자로 지칭하는 상황이다.

상지대 비대위는 이사회가 김씨의 장남인 김성남씨를 상임이사로 선임하고 보수책정안을 통과시켜 월 1000만원의 보수 및 직책보조금 350만원을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총장 해임 원인 중 하나였던 교직원 부당채용 문제로 인해 면직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취소하고 복직시켰다. 전원 사임한 보직교수들도 여전히 행정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1차 (구조개혁)평가결과가 나왔을 때 보직교수들이 즉시 사퇴하고 2차 평가를 대비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고 학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김문기 체제 하에서 교수, 학생, 직원 30여 명을 파면, 무기정학 등 부당 징계하고 정당한 자치활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한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이사회 사퇴와 임시이사 파견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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