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든 사물이든 모든 존재는 그것이 처하고 있는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있습니다. 대학이 처하고 있는 ‘삶의 자리’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회의 수요’가 급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수요의 ‘양과 내용’이 다 바뀌고 있습니다. ‘양’에 있어서 사회가 더 이상 대학이 배출하는 모든 고등교육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학의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의 전통적인 고등교육 ‘내용’이 21세기 지식정보 시대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현상이 대학 커리큘럼과 산업수요 사이에 발생하는 미스매치입니다. 급변하는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의 굼뜬 교육 내용에 사회는 답답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 전망과 생존전략은 간단합니다. 대학이 이런 사회의 새로운 ‘수요’를 이해하고,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하면 살아남습니다. 그렇게 대처한 대학들은 다시 그 ‘삶의 자리’에서 자기 위치를 찾아 둥지를 틀 것입니다. 실패하면 대학을 탄생시키고 성장시켜 온 그 ‘삶의 자리’가 결국 대학이 죽어가는 ‘죽음의 자리’(Sitz im Tode)가 되고 말 것입니다.

관건은 공급자들인 교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이 변화를 수용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교육이란 더 이상 교수가 독점하고 있는 지식의 전달이 아님니다. 그것은 이미 공개된 엄청난 정보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재해석해 나가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동의여부를 떠나 엄혹한 실체적 현실로 다가올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도록 교수들 자신들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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